비극에 정쟁 멈춘 여야...“수습 최우선” 협력 다짐했지만

2022. 10. 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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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檢수사 연말까지 난관
지자체·경찰 책임론 부상...정쟁 불씨 여전
이재명, 이상민 발언에 “책임회피 국민 분노”
與 내부서도 “부적절”...정쟁화 민감한 반응
4일부터 예산심사 일정 줄줄이...진통 전망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조문하고 있다. [연합]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참사에 정치권은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사고 직전까지 극단적 대립상태에 빠져 있던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참사 수습과 후속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이다. 정쟁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참사 책임을 두고 공방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여야 ‘휴전’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아울러 야당에 대한 검경 수사, 예산안 심사 등 갈등 사안이 산적해 있어 연말까지 극심한 진통이 전망된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31일 여야는 재차 협력을 강조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혐오표현과 낙인찍기가 SNS상에서 번져나가고 있고, 경찰관과 소방관을 비난하는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벌써 유포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이번 예산국회에서 국가와 사회 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고 안전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찾아내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 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필요한 협력은 요청하겠다”고 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은 “사고 수습기간 동안 정쟁을 멈추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동의했다. 정의당 역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하는 등 협력 의지를 보였다. 이와 함께 각 당은 당내 일정과 정치행사 등을 중단하는 한편 소속 의원들에 언행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희생자들의 안돈(安頓), 유가족에 대한 위로, 그리고 사건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라며 “당연히 그에 이어서 또다시 이러한 참혹한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왜 그런 사안이 벌어졌는지 또 앞으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당연히 사후조치가 뒤따라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 당국은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라는 태도를 보여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모든 게 나의 책임이란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이 장관 발언을 겨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무능한 정부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슬퍼하지 않는 정부, 미안해하지 않는 정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여당 실책을 겨냥한 야당 공세가 거세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당 내에서도 이 장관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정쟁화에 민감한 상태다. 앞서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과 이재명 대표 주변인에 대한 수사가 빨라지며 극심했던 여야 대립도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둘러싸고도 진통이 전망된다. 곧바로 오는 4일 예산안 공청회 이후 다음주부터 종합정책질의와 예산심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일정이 예정돼 있어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용이 방만했다며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고,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한편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막아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여야의 ‘휴전’ 상태는 일단 국가 애도기간으로 설정된 오는 11월 5일까지로 전망된다. 이후 남은 정기 국회 일정 등을 종합하면 11월 한달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및 감사원 감사 등이 주요 정국의 현안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선 여야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면 법정 기한(12월2일) 내 본회의 처리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준예산 편성 우려 제기된다.

이세진·신혜원·신현주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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