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 뒤 합법적 임신중단 6% 감소”

김재중 기자 2022. 10. 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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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 있는 임신중단 시술을 제공하는 기관의 주차장이 27일(현지시간) 텅 비어 있다. 템피|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24일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합법적 임신중단 수술이 6% 가량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당수 주들이 로 대 웨이드 판결 직후 임신중단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매우 제약하는 법률을 시행하면서 미국 여성들이 기존에 누리던 임신중단 권리가 실질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브서티에이트는 30일(현지시간) 임신중단 권리 지지 단체인 ‘가족계획협회’가 주도해 결성한 ‘위카운트’가 전국의 임신중단 의료기관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 7월과 8월 미국 전역의 합법적 임신중단 시술 건수가 각각 8만건을 약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의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이 나오기 전인 지난 4월의 약 8만5000건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7~8월 임신중단 시술 건수가 1만건 감소했다. 월 단위로 보면 6% 감소다.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이 나온 6월에는 약 8만7000건으로 기록됐는데 지난 5월 대법원 판결문 초안이 언론에 유출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승인을 받지 않은 기관에서 임신중단 시술을 받거나 알약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임신중단을 한 사례는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미국 월별 임신중단 시술 건수 추이. 자료|미국 가족계획협회·파이브서티에이트

주별로 편차가 컸다.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임신중단을 사실상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한 13개 주에서는 합법적 임신중단이 0건에 가깝게 떨어졌다. 임신중단을 제한하는 주요 조치를 취한 9개 주에서도 합법적 임신중단은 3분의 1로 줄었다. 임신중단을 사실상 금지하거나 제한한 주에서 7~8월 감소한 임신중단 시술 건수는 4월에 2만2000건이었다. 반면 임신중단이 허용된 다른 주에서는 1만2000건 증가했다. 임신중단이 금지된 주의 임신부들이 이들 주로 원정을 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통상 임신중단 시술 통계는 몇 년 뒤에 나온다면서 위카운트는 임신중단 폐기 판결의 영향력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임신중단 허용 여부를 둘러싼 견해차에 따라 엇갈렸다. 임신중단 반대 단체 ‘생명을 위한 학생들’의 크리스탄 호킨스는 “최소 1만명의 생명이 생명의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을 축하한다”면서 임신중단으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생명에 대해 미국이 올바르게 대처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하이오 주립대 의대 교수이자 보고서의 공저자인 앨리슨 노리스 박사는 임신중절 시술 건수의 실질적인 감소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충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신중단이 금지되거나 엄격하게 제한받는 주에 거주하는 임신부의 경우 임신중단이 허용되는 다른 주로 장기간 이동해야 하는데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들은 대체로 가난하고 미혼이거나 돌봐야 할 다른 아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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