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참사 지적 나오는데… '안전' 장관 책임회피성 발언 논란 [이슈+]

조성민 2022. 10. 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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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 장관 “경찰·소방 인력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 아녔어”
경찰국 산하에 두고도 브리핑서…“경찰 병력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해”
“국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지는 공직자란 것 명심” 尹대통령 발언과 배치
민변 “이 장관 발언 깊은 유감”…박지원 “입 봉하고 수습에 전념하시라”
여당서도 부적절했다 지적…“국민 아픔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 아냐”
경찰, 이태원 축제에 200명 배치하겠다더니…실제로는 137명만 배정해

300명 넘는 사상자가 나온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안전대책 등이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회피성’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인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3년만에 노마스크 핼러윈 행사인데다가 주말에 10만여명이 한꺼번에 모일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던만큼, 관계 부처에서 통제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
◆“어떻게 관계 장관이 이런 몰상식한 말을”

책임과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하기보다 책임부터 회피하려는 듯한 이 장관의 발언은 참사의 충격에 기름을 부었다. 이 장관은 이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현장에 소방이나 경찰 인력이 배치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행안부 홈페이지에 주요업무 소개를 보면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전국을 골고루 함께 잘 살게 만드는데 앞장서는 부처’라고 소개돼있다. 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거한 행안부 ‘2021년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는 “축제 진행 중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순찰 활동을 벌이고 안내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지도·감독 기관으로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를 명시하고 있다. 매뉴얼 적용 대상은 ‘축제기간 중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 등이다. 이와 관련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지역 축제가 아니라 그냥 ‘행사’라는 게 용산구와 행안부의 주장이다. 매뉴얼은 ‘지역 축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담고 있지 않아 결국 지자체장과 행안부의 판단에 따라 적용대상이 정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경찰국을 산하에 둔 행안부 장관이 경찰 병력 등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거나, 서울 시내에서 벌어진 시위 때문에 경찰 병력이 분산됐다는 말도 논란이다. 이 장관은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다”면서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병력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지만, 상당수가 광화문 이쪽으로 배치가 돼 있었고 지방 병력까지 동원 계획 등이 짜져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태원은 종전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그쪽에는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됐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1일 오전 경찰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골목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이런 태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에 무한 책임을 지는 공직자라는 걸 명심하라”고 강조한 것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참사 이후 수시로 중대본 관계자들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모든 역량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사고 수습과 조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사망자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꼼꼼하게 살필 것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에서도 대규모 참사 직후 주무 부처 장관의 이같은 안일한 발언에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어떠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이상민 장관의 단정적인 발언은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책무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 장관은 입을 봉하고 수습에 전념하시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어떻게 관계 장관이 이런 몰상식한 말을 할 수 있을까”라며 “지금은 수습하고 애도하며 유가족을 위로할 때”라고 썼다. 이어 “제발 사고치지 말자”며 “이 장관은 입을 봉하고 수습에 전념, 그 다음 수순을 준비하시라”고 조언했다.

여당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며 “(사전 대책 수립이) 굉장히 소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혁 비대위원도 YTN 라디오에서 “지자체라든가 경찰로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을 해야 했는데, 그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라며 “일반 국민들 듣기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라고 했다.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예견된 인파 미리 대비하지 않은 ‘행정참사’

29일 밤 용산구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과 용산구청, 경찰 등 행정당국은 사전 대책에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이번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을 담당하는 용산구는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앞두고 27일 핼러윈 대비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구청장이 아닌 부구청장 주재였다. 회의 논의 내용도 인파 관리가 아닌 방역, 시설물 점검, 음식점 지도점검 등에 맞춰졌다. 10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도로 통제와 일방통행 등의 안전대책은 없었다. 사고 후 박희영 용산 구청장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박 구청장 명의의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에 게시된 콘텐츠도 모두 사라졌다. 용산구는 공식 대응을 자제한 채 사고 수습에 집중하려는 조처였다고 설명했지만, 비판을 일시적으로 면하려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또 지역 경찰과 관계기관은 핼러윈을 앞두고 모여 미리 회의까지 했으면서도 적극적인 현장 통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사흘 전인 26일 경찰과 용산구, 지역 상인단체 관계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은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당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앞서 경찰은 200명을 이태원에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37명을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인력배치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핼러윈 대비 경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찰관을 34명~90명 동원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137명의 인력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또 일각의 이태원 인력배치 수준과 대통령실 경비병력을 비교하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경호는 과거 청와대 시절과 마찬가지로 경호전문 경찰부대에서 담당한다”며 용산서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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