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돈빌려 6% 이자받죠 ‘빚으로 빛나다’
저금리 예금 담보로 대출 받아
6%대 고금리 상품으로 올라타
주택청약 담보로 자금 마련도
# 40대 직장인 A씨는 만기가 3달 남은 금리 1.8% 예금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연 6% 이상의 금리가 적용되는 예금 상품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금을 해지하려니 이자 수익이 아쉽던 찰나, A씨는 ‘예금담보대출’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시중은행서 예금을 담보로 3.3% 금리의 대출을 받아 6.25%의 저축은행 예금에 가입한 것이다. A씨는 “대출받는게 무섭기도 했지만, 고금리 시대의 혜택을 놓치기는 아쉬웠다”고 말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 조달 수요가 겹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고금리 혜택을 찾아 자금을 옮겨 다니는 ‘금리 노마드족’도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들은 재테크 커뮤니티를 통해 고금리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재테크 노하우를 나눈다.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상품 중 하나는 예금담보대출을 통한 ‘빚내서 예금 가입’이다. 기존 예금을 해지하지 않고도 고금리 상품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담보대출은 예적금 통장 잔액을 담보로 은행에서 잔액의 80~100% 가량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무엇보다 금리 수준이 매력적이다. 4대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예금담보대출의 금리는 수신금리에 1.0~1.2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쉽게 말해 연 2% 금리의 예금 통장에 1000만원이 있다면 3~3.25%의 금리로 800~1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은행도 예금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기 때문에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예적금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예금담보대출을 이용해 고금리 예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30대 주부 B씨는 최근 내년 초 만기되는 금리 3.9%의 예금으로 연 4.1%의 대출을 받아 6%의 또 다른 예금 상품에 가입했다. B씨는 “예금을 해지했을 때와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니 대출을 받으면 최소 1% 이상의 수익을 더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B씨와 같이 예금담보대출로 수익을 냈다는 후기가 쇄도하고 있다.
이달 24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예금담보대출 잔액은 4조2448억원으로, 9월 말 대비 955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최고 월별 증가액(462억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달 12일 결정된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예금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며 예금담보대출의 인기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청약통장을 담보로 한 대출도 인기다. 물론 청약통장 담보대출의 경우 기본금리 수준이 일반적인 예금담보대출보다 높게 측정돼 있다. 구조성 납입액을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는 특성 탓에 수신금리가 아닌 조달금리를 기본 적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CD91일물에 1.25%의 가산금리를 더한 금리를 적용한다. 하나은행은 금융채 1년물에다 1.2%의 금리를 더한다. 우리은행은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1.0%를 가산하며, 국민은행은 신규코픽스와 신잔액코픽스 중 하나에 1.2~1.29%를 더해 책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 계산했을 때 3.04~6.044%(26일 기준)의 대출 금리가 적용된다.
통상적으로 예금담보대출보다 금리 수준이 높을 수 있지만, 청약통장 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주택청약통장을 해지할 시 손해가 크다. 일정 납부금액만 달성하면 분양 1순위로 선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납입횟수가 청약 신청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청약통장을 해지하면 그간 쌓은 납입횟수는 초기화된다. 목돈이 급하다 하더라도 청약통장을 해지하지 않고 담보대출로 급한 불을 끄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최근 청약통장을 담보로 38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는 C씨는 “급하게 300만원 정도의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신용점수가 낮아 괜찮은 조건의 대출이 힘들었다”며 “주변 권유로 청약통장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했더니 4%대 금리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방법도 생각했는데,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을 선택하는 대신에 이자를 비교해보고 기존에 들었던 예적금을 해지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이 고금리·단기 상품을 내놓으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정기예금 중도해지액은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1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해지액(10조2064억원)의 두 배 가까이되는 금액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만기를 앞둔 상품을 교체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가입한 지 얼마 안된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사례는 금리인상기마다 자주 목격됐지만 기준금리가 올해 2%포인트나 오르면서 기존 상품 금리 매력도가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30대 직장인 C씨는 2년 짜리 2%대 적금 만기를 4개월 앞두고 해지 후 그 돈을 5%대 단기예금에 넣었다. 적금 만기 이자랑 중도해지 후 새 예금에 예치하는 이자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C씨는 “적금 넣을 돈을 연금저축에 넣어 절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웰컴저축은행 연 5%, 다올저축은행 연 5.2%, OK저축은행 연 5.3% 등 5%대를 넘기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말에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이같은 흐름은 더 심화될 예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8월 기준 예금은행의 금리 3% 이상~4% 미만 신규 예금 비중은 올 3월까지 0%였지만 8월 50.2%로 절반이 넘었다.
김광우·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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