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참혹한 순간 잊혀지지 않아'…전국민적 트라우마 우려

안호균 2022. 10. 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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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사람이나 가족을 잃은 유족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상당 기간 정신적 충격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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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사건·사고 간접 경험해도 트라우마 겪을 수 있어"
"전 국민이 무방비 상태에서 노출…충격 더 클 수도"
"영상 공유나 혐오 유발 표현, 2차·3차 피해 부를수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15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사람이나 가족을 잃은 유족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상당 기간 정신적 충격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혐오나 집단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물들이 유포되면서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2차, 3차의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의 참혹한 상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유족과 피해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애통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사건의 특성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자신이 사건·사고를 직접 경험할 때 뿐만 아니라 사건·사고를 목격하거나 가까운 사람이 그걸 경험했을 때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집단 우울·불안과 트라우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면서 부정적인 정서가 압도하게 되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한다"며 "이런 트라우마는 개인이 경험을 할 일이 별로 없다. 무방비 상태에서 노출이 되다보니 더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는 사고 현장의 참혹한 상황을 촬영한 게시물들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이런 영상을 본 사람들이 '사고 영상을 보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영상을 보다가 껐지만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영상들이 고인과 유족, 피해자들에게는 더 정신적 충격을 줄 여지가 크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에서 여과없이 공유되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온라인 상에서 혐오나 세대·집간 간 갈등을 유발하는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유포되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조 교수는 "지금 가장 충격을 받고 힘든 사람들은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이라며 "이런 분들은 트라우마를 더 가중하면 회복하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말들, 혐오와 낙인의 언어들, 정치적인 색깔을 내는 것 등은 자제하고 피해자와 우리의 마음을 돌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영상이나 뉴스 등을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클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 교수는 "우선 뉴스나 영상들을 찾아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이 잘 안 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생활 리듬이 깨지고, 잠도 잘 오지 않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병원을 찾거나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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