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사고 현장 떠올라”...트라우마 이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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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상인들 모두 뛰쳐나가 도왔습니다. 고인이 되신 분들 얼굴을 본 사람들이 많아요. 당분간은 치료가 필요할 거 같아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29일 밤, 의식 잃은 시민들의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했던 40대 상인 유모 씨는 31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힘겨운 어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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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당분간 ‘이태원 블루’ 지속 우려”
“심폐소생술 학습·추모활동 등이 큰 도움”
“인근 상인들 모두 뛰쳐나가 도왔습니다. 고인이 되신 분들 얼굴을 본 사람들이 많아요. 당분간은 치료가 필요할 거 같아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29일 밤, 의식 잃은 시민들의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했던 40대 상인 유모 씨는 31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힘겨운 어투로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상인들, 참사를 접한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는 등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이태원에 있었던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사건 발생 3일 차가 되는 이날까지 잠을 뒤척였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상담전화의 도움을 받은 김씨는 “자고 일어나면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자꾸 받는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참사가 실감돼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 최모(30) 씨는 “어제 결혼식을 다녀왔는데 웃고 껴안고 축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면서 “‘인생이 뭘까’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며 침울하다”고 했다. 사건을 뉴스 등으로 접한 서울 거주 대학생 김모(20) 씨는 “일요일에 사람 많은 버스 안에서 몸이 밀리는데 평소보다 가슴이 답답해 무서웠다”면서 “‘압사’에 대한 게 계속 머리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불안을 줄이고자 심폐소생술 관련 내용을 공부하는 시민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간호사 김모(24) 씨는 “언니가 사고 심폐소생술을 배워본 적이 없다며 가르쳐 달라 했다”면서 “신체 부위를 직접 가리키며 기본적인 원리와 방법을 알려줬다”고 했다.
전문가는 8년 전 세월호 사고 때처럼 국가적 트라우마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우울감, 무기력증이 분노나 짜증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면서 “사회 전체가 일종의 이태원 블루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임 교수는 “터놓고 얘기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행위, 심폐소생술 학습, 추모 활동 등 지금 할 수 있는 걸 실천하는 게 무력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여과 없이 사고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위를 중단하라”면서 과도한 뉴스 노출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보건복지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이태원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 1000여명에 대해 심리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추모를 위해 마련된 서울시청 분향소 인근에도 서울시 통합심리지원단이 운영하는 현장상담소가 차려졌다. 김희량·박혜원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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