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 일상의 시대...우주공간서 미리 예측
폭우와 폭염, 한파 등 이상기후를 미리 예측하기 위한 국제 우주 위성 프로젝트 ‘합동극지위성시스템(JPSS)’이 본격 가동에 돌입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해양대기청(NOAA), 유럽기상위성기구(EUMETSAT),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위성이 촬영한 지구관측 영상으로 이상기후가 발생하기 최소 3일 전, 최대 7일 전 징후를 파악하는 것이 목표다.
2011년부터 시작된 JPSS 프로젝트는 총 5개 위성 관측 영상으로 운영된다. 2011년과 2017년 2기의 위성이 이미 각각 발사됐다. 오는 11월 1일(현지시간) 세번째 위성인 JPSS-2 위성 발사가 예정돼 있다. NASA는 “발사한 위성들은 북극에서 남극까지 궤도를 돌며 지구를 관측하게 된다”며 “이상기후 예측의 적시성과 정확성을 크게 높여 줄 것”이라고 밝혔다.
● 5개 위성이 촘촘하게 모니터링...데이터 전송 속도도 빨라
28일 NASA에 따르면 JPSS-2 위성은 11월 1일 오후 6시 25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로켓 아틀라스V 401에 실려 발사된다. 발사 후 목표 궤도인 고도 약 833km에 안착하면 기존 위성들과 함께 하루에 14번 북극과 남극을 오가며 적도를 지나쳐 지구를 관찰한다. 하루 두 번 지구 전체를 촬영하도록 설계됐다.
JPSS는 위성을 쏘아 우주에서 지구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후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프로젝트다. 온도와 습기, 구름, 강우량, 화산재, 초목, 해양 등 지구 전역에서 관측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한 데이터로 기상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이상 기후와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게 목적이다.
2032년까지 총 5개의 위성을 발사한다. 이번 발사 이후 2028년과 2032년 발사가 예정돼 있다. 총 5대가 약 50분 간격으로 지구 극에서 극으로 돌며 차례로 촬영한다. EUMETSAT과 미 우주군 위성도 함께 지구 관측을 돕는다. JPSS 위성은 오후에, EUMETSAT의 위성은 아침에, 우주군 위성은 새벽에 궤도를 돌며 시간별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NASA는 이번 발사로 지구 관측데이터 해상도가 한층 더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성에는 최첨단 관측 장비 4개가 탑재돼 있다. '첨단 기술 극초단파 측심기(ATMS)'는 대기 수분과 온도를 측정해 기후 모니터링의 정확도를 높인다. '크로스트랙 적외선 측심기(CrIS)'로는 고해상도 3차원(3D) 수분·압력 및 온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엘니뇨·라니냐 등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기후 현상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오존층의 상태를 추적하는 장비(OMPS)와 가시광선·적외선 관측기(VIIRS)도 실려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 역시 빠르다. 기존에 발사했던 위성들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15 메가비트(Mbps, bps는 초당 송수신되는 데이터 속도 단위)인 반면 3번째 발사 위성은 25Mbps 정도다. 지하철에서 이동통신 사업자가 제공하는 무선랜 서비스의 평균속도가 58.5Mbps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 이상기후 예측하려면 전지구 관측 자료 필요
이상 기후는 기온이나 강수량 등의 기후 요소가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기후를 뜻한다. 기후변화로 국내에서도 이상 기후가 자주 발생한다. 기상청의 2021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기온은 13.3도로 1973년 이후 두번째로 높았다. 1월 기온 변동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3월 역대 가장 높은 기온과 많은 비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났다. 4월에는 한파와 초여름 날씨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했다. 전지구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와 북미, 유럽에서 기록적 한파로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
과학자들은 위성을 활용해 이런 이상 기후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 우주공간의 위성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이동이나 기상 상태 등을 연속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풍속과 방향을 계산한 실측 데이터를 이상기후 예측모델에 학습시키면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손은하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 위성기획과 기상연구관은 "기후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가뭄, 폭염 등의 현상을 위성으로 관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올해 8월 발생한 집중호우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대기중 수증기량 증가가 원인으로 꼽혔다. 손 기상연구관은 "지난 3년간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남쪽에서 서해안쪽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수증기량은 적도에서 높고 극지방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기후를 예측할 때 위성을 이용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한 지역의 기후가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떄문이다. 손 기상연구관은 "엘니뇨·라니냐 등 적도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국내 기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며 "전지구를 관측한 자료를 확보하면 예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2B호’를 운영 중이다. 천리안2B호 역시 이상기후 예측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 기상연구관은 "천리안 2A 같은 정지궤도 위성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을 관측하는데 특화돼 있는 반면 JPSS-2 같은 저궤도 위성은 전지구적인 관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이영애 기자 jawon1212@donga.com,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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