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찾은 국민의힘 지도부 “지금은 추궁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민의힘 지도부가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국민의힘은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야권 등 일각에서 나오는 정부 책임론 확산 차단에 주력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석기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을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검은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단 정 위원장은 조문 후 방명록에 ‘못다 핀 꽃잎처럼 떠난 젊은이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올립니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철저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정 위원장은 “너무 비통한 마음이다.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오는 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을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합동분향소 조문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날 비대위 회의장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습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뒷걸개를 걸었다. 당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배경도 같은 문구가 적힌 이미지로 바꿨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에서 안전 관련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정쟁을 우려해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 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필요한 협력은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당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한기호 의원이 주최한 ‘북핵위기대응 세미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평소와 달리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비판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여야 ‘휴전’이 오래 가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당내에서 우세하다. 야당 등 일각에서 정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지는 가운데 국민의힘도 이를 마냥 두고보지 않을 모양새다. 이날 국민의힘이 희생자 추모와 가짜뉴스 근절을 강조한 것도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 책임론 확산을 미리 저지하려는 목적이 크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혐오 표현, 낙인찍기가 SNS 상에서 번져나가는 중”이라며 “경찰, 소방관을 비난하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벌써 유포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다.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이라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부의 사고 수습, 원인 규명, 지원책 마련을 차분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 등에 대한 반응이다. 권성동 의원은 SNS에서 “온라인 공간에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며 “국민적 슬픔을 당파적 분노로 전도시켜서는 안 된다. 추모를 정쟁으로 변질시켜서도 안 된다. 비극적 사고가 혼란과 갈등,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도 SNS에서 “지금은 추모와 치유의 시간”이라며 “살아남은 우리가 할 일은 비난할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분노의 고리를 끊고 집단적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를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인 한 의원은 “민주당이 이거(이태원 참사) 가지고 곧 공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요구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일 이상민 장관 등을 불러 현안보고를 받기로 한 것을 두고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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