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일본인들 "넘어지면 죽을 것 같았다"

박준호 2022. 10. 3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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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이태원 참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일본인들은 "넘어지면 죽는 게 아닌가",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압사 사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인들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놀라움과 애도를 표하면서도 사고 당일 "경비나 교통정리가 없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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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압사 사고 당일 상당수 日 유학생, 관광객 등도 이태원 방문
인파 휩쓸리다 다리 멍들거나 탈수 증세 끝에 가까스로 탈출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갈비뼈나 내장 아플 정도로 압박받아"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죽는 줄 알았다"
"눈 앞에서 필사적 심폐소생, 마치 전쟁터 비추는 뉴스 같았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발생 시각과 피해 규모는 파악 중이며, 사고 신고일시는 오후 10시15분께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사진=독자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본에서도 이태원 참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일본인들은 "넘어지면 죽는 게 아닌가",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압사 사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인들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놀라움과 애도를 표하면서도 사고 당일 "경비나 교통정리가 없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31일 NHK에 따르면 당시 현장 부근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50대 일본인 남성(서울 거주)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고 외국인 남성이 뒤로 물러나라고 영어로 외쳐 주위 사람들이 위험을 느낀 것 같았다"며 "뒤로 돌아가려는 사람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 사이에 (중간에)끼어서 갈비뼈나 내장이 아플 정도로 압박을 받고 '넘어지면 죽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광차 한국을 찾은 후쿠오카의 20대 일본인 여성은 NHK에 당시 사고 상황에 대해 "사람이 너무 많아 꼼짝도 못하고 전후좌우로 밀려 숨쉬기가 힘들고 땀범벅이 돼 탈수 증세가 있었다"며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죽는 줄 알았다. 친구와 '괜찮아? 살아 있어?'라고 서로 확인했다"고 회상했다.
사고가 난 순간에 대해서는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한국말로 '밀지 마라, 도와줘, 죽는다'는 말이 난무했다. 현장 부근에서는 많은 사람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각자 가서 뒤죽박죽이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심정지 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구급대원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22.10.30. livertrent@newsis.com

이 여성은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다가는 인파에 휩쓸릴 것 같아 벽을 따라 걸었는데, 도중에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구들과 신변의 위험을 느껴 사고가 난 골목과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 이태원 일대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리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한 29일 밤 이태원을 찾은 규슈 출신 20대 이케다 다이오는 지하철역에서부터 인파에 갇혔다고 아사히 신문에 전했다.

당일 밤 9시15분께 쌍둥이 동생과 이태원을 찾은 이케다는 "(이태원역)역사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전철에서 내린 뒤 지상에 도착하기까지 15분가량 걸렸다"며 "동생과 '무섭네. 돌아갈까?'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소방구급 대원들이 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22.10.30. bluesoda@newsis.com

이케다는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서, 처음에는 '즐기고 있나'라고 느꼈지만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며 "필사적인 표정으로 벽을 기어오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174㎝에 두꺼운 구두를 신고 있던 이케다는 발이 땅바닥에 닿지 않자 몸을 돌리며 조금이라도 공간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쓴 끝에 오후 10시께 간신히 거리를 빠져나갔다. 구급차의 사이렌이 울린 것은 그 직후였다.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체류 중인 도쿄 출신의 한 일본 여성은 사고 당시 골목길에 있는 클럽에서 나온 뒤 "눈앞에서 15명 정도가 도로에 누워 있었다"고 아사히 신문에 말했다. 이 여성은 "구급대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전쟁터를 비추는 뉴스 같은 광경이었다"고 참상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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