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공채 줄이고 은행대출·해외 채권발행 확대

정옥주 2022. 10. 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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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감원, 금융협회,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와 함께 최근 자금시장 현황과 금융회사 리스크 요인에 대해 점검하는 자금시장 관련 현황 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2.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공공기관 등의 채권 발행 규모를 줄이는 대신, 해외 채권 발행과 은행 대출을 확대하는 등 자금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들 회사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주문했다. 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면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환 헤지를 하면 해외 채권 발행이 더 유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 그간 당국에서는 공기업과 금융사들의 해외 채권 발행을 독려해왔지만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환위험 노출 우려 등으로 인해 쉽게 나서지 못했다"며 "앞으로 환율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는 없지만 현 상황에선 국내 공공기관들과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해외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시장 안정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공기업 등의 회사채 발행 자제를 주문하고 나선 것은 신용도가 높은 공공기관 채권으로 자금이 쏠려 다른 회사채 발행이 애를 먹는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전은 올 들어서만 23조5000억원 수준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최상위 신용등급(AAA)인 한전채가 대규모로 풀리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모두 빨아들였고,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회사채 시장이 더욱 냉각돼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막혀 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채권발행도 최소화키로 했고, 은행권에도 은행채 발행 자제를 권고했다. 이처럼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초우량 채권 발행 물량이 줄어들면, 투자 수요가 일반 회사채 등으로 흘러들어 자금 경색 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채권발행 물량 조절 외에도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 등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조치도 풀어주고 있다. 회사채 시장 대신 은행 대출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기업부문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비율을 은행 100%→105%, 저축은행 100%→110%로 6개월 이상 완화했다. 이와 함께 은행 예대율 산출시 한국은행 차입금을 재원으로 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제외, 은행의 예대율 버퍼를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에 최대 60조원 규모의 대출 여력을 생겨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들에게 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은행 통합 LCR 규제비율 정상화 조치도 6개월 유예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85%로 완화했던 LCR 비율을 정상화하기 위해 은행들은 LCR을 오는 12월까지 92.5%로 높여야 하는데, 이를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한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LCR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대거 늘리면서 회사채 시장 불안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LCR 정상화 조치가 연기에 따라, 은행채 발행 수요가 줄어 채권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21일 6조7500억원에 달하던 은행채 발행액이 지난 24~28일 3조4300억원으로 49% 줄었다. 전체 채권 발행액에서 은행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47.9%에서 24.3%로 감소했다.

이밖에 당국은 보험회사 유동성비율 규제시 유동성자산의 인정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당국은 필요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완화 등 추가조치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 중 3조원 규모의 1차 추가 캐피털콜(자금 납입 요청)도 시작할 예정이다. 20조원 규모의 채권 매입으로 자금경색을 풀어내는 데 부족할 수 있어, 추가로 조성한 것이다. 단 캐피탈콜로 인한 금융기관의 출자부담을 완화하고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분할 출자토록 할 예정이다.

또 한국증권금융이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환매조건부채권(RP)과 증권담보대출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개시했고, 산은 역시 2조원을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키로 하는 등 증권사들에 총 5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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