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명화 훼손·도로 점거…극단으로 치닫는 환경운동
[앵커]
최근 한 환경운동 단체가 고흐의 그림 등 세계적인 명화에 이물질을 던지는 시위를 해 논란이 됐죠.
기후 위기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이런 행동을 한 건데, 최근 이렇게 극단적인 환경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지난주에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타깃이었는데 논란이 된 단체는 이런 행위가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영국에서 활동하는 '저스트 스탑 오일'이라는 환경 단체인데요.
우리 말로 하면 '화석 연료 사용을 멈춰라' 정도가 되겠죠.
극단적인 방법으로 환경 운동을 하기로 유명한 단체입니다.
여성 두 명이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더니, 손에 접착제를 바르고 벽에 붙입니다.
[환경 운동가/'저스트 스탑 오일' : "예술이 식량이나 정의보다 가치 있습니까? 그림을 지키는 것이 지구와 사람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합니까?"]
백화점 외벽에 페인트를 잔뜩 뿌려놓기도 하고,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을 본 따 만든 밀랍 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덮어버립니다.
모두 '저스트 스탑 오일'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벌인 일입니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서 화석 연료 사용을 금지하고 생산을 멈추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극단적인 환경 운동이 영국만의 일은 아니죠?
[기자]
네, '저스트 스탑 오일'도 전 세계 기후 위기 시민단체 연합에 속해 있는 곳인데요.
유럽과 캐나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과격한 환경 운동을 펼치는 단체들이 많습니다.
지난 17일 이탈리아 로마의 한 고속도로입니다.
환경운동가 무리가 도로 한가운데를 점령했습니다.
가스 시추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겁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이런 봉쇄 농성이 벌어지자, 화가 난 운전자들이 시위대에 고함을 치는 등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는데요.
결국 경찰들이 환경 운동가들을 억지로 끌어내야 했습니다.
지난 5월엔 영국과 미국, 뉴질랜드 등 세계 곳곳에서 한밤중에 자동차 바퀴의 공기를 빼고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는데요.
'타이어 익스팅귀셔'라는 환경 단체가 벌인 일입니다.
이들은 자동차 수천 대의 타이어 공기를 빼버리고, '배기가스를 내뿜는 당신 차량이 죽음을 부른다'는 경고 전단을 붙였습니다.
[앵커]
기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은 알겠는데,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라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거의 테러에 가까운 행동이기 때문에 비판이 상당한데요.
목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행위라는 거죠.
[프란스 스밋 : "저도 그들이 얻고자 하는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한 편으론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제대로 관심을 두겠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프 : "기후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기후가 변하고 있으니까요. 오늘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가장 더운 날이고, 우린 무언가 해야만 해요."]
[앵커]
충격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야만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질 거란 현실이 씁쓸하네요.
그래도 국제사회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지 않나요?
[기자]
네, 대표적인 게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한 2015년 파리 협정이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점차 줄여나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은 높아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가들이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말뿐인 협약이 되고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이 지난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이대로 가다가는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2.6도나 더 상승할 거로 예측됐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점진적인 변화를 얘기하던 시대가 지났다"며, "경제, 사회 분야에서 급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UN 사무총장 : "앞으로 10년 이내에 의미 있는 배출량 감소가 없다면, 우리는 21세기 말까지 1.5도 상승에 그칠 가능성을 영원히 잃게 될 것입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식량 공급망에서 탄소 배출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제시하는데요.
각국 정부가 관련 분야의 보조금과 세금 제도를 개혁하고, 민간에서는 식량 손실과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한 해 최소 4조~6조 달러가 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전 세계 금융 운용의 2%가 채 되지 않는 규모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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