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현장서 구조활동한 의사…"코피·복부 팽창, 호흡 전혀 없었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도왔던 의료진이 “환자들 대다수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맥박이나 호흡이 전혀 없었다”고 당시 현장을 전했다.
현직 의사라고 밝힌 A씨는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얼굴도 창백해지신 분들도 많이 계셨고 코피가 나거나 구강 내에 혈흔이 보인다거나 또 많은 분들이 CPR을 하는 상황에서 복부가 팽창하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그전부터 구급차랑 구조대원분들이 되게 정말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걸 목격을 했을 때는 인원통제라든가 차량통제라고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참사가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CPR 등 구조작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A씨는 “당시 현장에 계셨던 경찰분들, 소방대원분들, 그리고 일반 시민분들까지 모두 전부 다 최선을 다 했다”며 “의학적 지식이 없으신 일반 시민분들께서도 자발적으로 도와주시러 오신 모습이 정말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진행자가 ‘CPR을 사전에 교육받지 않은 일반인이 현장에서 이를 시행하면 환자에 더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A씨는 “보통 의료인의 지시를 따라서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저를 포함해 일반 시민분들에서 대다수가 의료인분들이 많이 계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CPR이 가능한 당시 의료진들과 시민분들이 교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그분들만 이미 평균 세 분이 계셨다”며 “그 외에 일반 시민분들도 오셔서 양쪽 팔다리를 주물러주면서 환자들을 보살펴줬고, 환자 한 분당 보통 6명에서 7명 정도 둘러싸서 환자를 살리려고 다들 열심히 하셨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0일 트위터에는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폴리스 라인’ 바깥에서 한 남성이 다른 시민을 향해 “심폐소생술 가능하신 분 손 들어 달라”며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돕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후 이 남성의 외침을 들은 시민 20여 명은 폴리스 라인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다급하게 안으로 뛰어가며 시민 구조에 나섰다.
이에 대해 A씨는 “CPR이 가능하신 분들 위주로 교대하면서 CPR을 했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본인들도 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환자의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 외투를 덮어주던가 신발을 벗겨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든가 하는 다른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이번 사고 원인이 뉴스를 보고 압사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사고 당시에 아마 강한 압력 때문에 장기들이 파열되어 출혈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CPR 골든타임인 4분도 지난 데다 피해자가 워낙 많아 참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심정지가 일어나고 온몸에 피가 돌지 않게 되었을 때 제일 중요한 뇌혈관에도 혈액이 공급이 중단된다”며 “사고 발생 시간이 10시 20분쯤으로 알고 있었지만 제가 있던 위치에서는 11시 5분쯤에 첫 환자가 도로 위에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다. 이미 골든타임을 많이 지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 골목에서 바로 응급조치가 있었던 분들은 모르겠지만, 이송된 환자 분들은 골든타임을 훨씬 지났을 것”이라며 “때문에 현장의 많은 시민들, 구급대원 분들이 CPR을 하였음에도 안타깝게 사망자가 계속 더 많이 발생했던 점이 그런 부분”이라고 전했다.
김민정 (a203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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