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사고 위기 처했다면… “벽에 기대고 팔짱 껴서 숨 쉴 공간 만들어라”
과거 콘서트장·기차역 등에서 ‘병목현상’으로 사고 나기도
“압박 당하면 팔짱 껴서 폐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 만들어야”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154명의 사망자와 1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압사 사고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압사 사고는 순식간에 인파가 몰려 발생하는 사고인 만큼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 인파에 휩쓸렸을 때 취해야 하는 생존법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압사 사고는 지난 1959년 발생한 부산공설운동장 압사 사고다. 당시 시민위안잔치 공연을 하던 중 관중 3만여명이 비를 피하기 위해 좁은 출입구 쪽으로 몰려 67명이 압사하고 수백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1960년 서울역에서는 설날을 이틀 앞두고 귀성객이 몰려 계단에서 31명이 압사하고 4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 발생한 가장 큰 압사사고는 2005년 10월에 발생한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사고로, 당시 콘서트 공연장에 관람객 5000여명이 좁은 출입구로 몰려 주민 11명이 압사하고 162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는 없지만 지난 2006년 3월 서울 롯데월드 무료개방 행사 당시 매표소 앞 출입구 쪽으로 11만명의 인파가 몰려 35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압사사고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파크에서 한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구경하기 위해 몰린 관중 5만여명이 무대로 몰려 9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지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인 ‘메카’ 인근에서 성지순례를 온 순례객 수만명이 몰려 700명 이상이 압사한 사례도 있다. 메카에서는 1990년에도 1000명 수용 규모의 터널에 5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1426명이 압사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고로는 지난 2022년 10월 1일 인도네시아의 칸주루한 스타디움에서 발생한 폭동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경기에서 패배한 홈팬들이 불을 지르는 등 폭동을 일으켜 이를 피하려던 관중들이 출구 쪽으로 몰려 최소 131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대형 압사사고의 대부분은 ‘병목현상’으로 발생한다. 병목현상은 넓은 길이 갑자기 좁아짐으로써 일어나는 정체 현상을 말한다. 병목현상은 너비가 넓은 유리병이 목 부분으로 올수록 좁아지는 것에 비유한 용어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압사가 발생한 도로도 이태원 대로변과 세계음식거리를 연결하는 좁은 골목이었다. 양쪽 큰 도로에 있던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으로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다른 압사사고의 경우도 넓은 곳에서 좁은 출입구로 인파가 몰려 뒤에서 가해지는 압박이 커지는 등 병목현상으로 인해 일어났다는 분석이 있다.
병목현상으로 인해 몰린 인파 속에 휩쓸린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사전에 밀집 지역을 파악해 우회하는 등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순식간에 인파가 몰리면 개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파도처럼 쓸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료과 교수는 “사람이 숨을 쉴 때 횡격막과 늑골이 움직인다. 만약 흉부 쪽이 압박을 당하게 된다면 폐가 수축할 공간이 없어 숨을 쉴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압박을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도록 횡격막과 늑골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팔짱을 낀 자세로 벽이나 단단한 물체에 기대 흉부 쪽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만약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가방이나 푹신한 물체를 가슴에 갖다 대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인파에 밀려 넘어졌을 때는 장기와 폐를 모두 보호하기 위해서 최대한 무릎을 가슴 쪽으로 붙이고 팔을 얼굴과 가슴 위로 올려 웅크린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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