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시즌 합병 승인…웨이브 제치고 ‘토종 OTT’ 선두로
공정거래위원회가 CJ ENM이 운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KT ‘시즌’ 흡수합병을 승인했다. 시즌을 품은 티빙은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기준 토종 OTT 1위인 웨이브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서게 됐다.
공정위는 티빙과 시즌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OTT·콘텐츠 공급 등 관련 시장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없다고 판단, 합병을 승인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국내 유료 구독형 OTT 시장 점유율 2위 사업자가 되지만, 1위인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단독으로 구독료를 인상하거나 콘텐츠를 독점적·배타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작거나 없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앞서 지난 7월 14일 CJ ENM과 KT는 티빙과 시즌의 합병 결정을 발표했다. 현재 OTT 시장에서 티빙과 시즌은 각각 3위와 6위 사업자다. 월간 활성이용자(MAU) 기준 올해 1∼9월 평균 시장 점유율이 각각 13.07%, 4.98%다.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18.05%로 토종 OTT 선두를 지키고 있는 웨이브(14.37%)를 제치게 된다.
다만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은 현재 국내 OTT 시장 1위인 넷플릭스(38.22%)의 절반도 못 된다. 공정위는 두 기업이 결합했을 때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독료가 인상될 우려가 있는지, CJ 계열사들이 합병 OTT에만 콘텐츠를 공급할 우려가 있는지, 합병 OTT가 CJ 계열사로만 콘텐츠를 공급받아 다른 콘텐츠 공급사들의 판매 경로가 차단될 우려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점유율이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구독자들의 수요도 가격 탄력적이어서 합병 OTT가 단독으로 구독료를 인상하기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구독자들의 약 49%는 OTT 구독료가 10% 인상되면 해당 OTT 구독을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또 CJ ENM·스튜디오드래곤 등 CJ 계열사들이 경쟁 OTT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려면 OTT 관련 매출액의 약 3분의 2를 포기해야 해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CJ 계열사가 합병 OTT에만 콘텐츠를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경쟁 OTT 구독자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작고, 경쟁 OTT로서는 수많은 대체 제작자 등으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적다고 봤다.
합병 OTT가 CJ 계열사들의 콘텐츠만 구매해 공급할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설사 합병 OTT가 그런 선택을 하더라도, 경쟁 콘텐츠 공급자들은 넷플릭스, 웨이브 등 다른 OTT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에게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으므로 판매처가 봉쇄될 우려는 없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티빙과 시즌 간 기업결합은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는 없으면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더 효과적으로 수급할 수 있고 콘텐츠 제작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합병 OTT 출범으로 이어지므로 궁극적으로 OTT 구독자들의 후생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판단했다. 또 “넷플릭스·웨이브 등 기존의 시장 점유율 상위 사업자와 더 치열하게 경쟁해 산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국내 OT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토종 서비스 간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OTT 서비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구독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OTT 1위인 넷플릭스는 이용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결국 지난 13일 광고를 넣는 대신 기존보다 월정액을 낮춘 ‘광고 요금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번 합병이 최근 주춤해진 OTT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K콘텐츠 인기를 타고 안방극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높은 OTT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최근 KT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콘텐츠 파워를 과시하면서 이미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역량을 과시해온 CJ ENM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12월 1일 합병 일정에 맞춰서 구체적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합병으로 콘텐츠 제작은 물론 국내 OTT 경쟁력 확보에도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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