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중전이 되지 못한 김해숙의 자격지심, 김혜수 정조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내 생에 가장 큰 실수는 네가 중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야. 나는 네가 중전인 게 너무 싫거든!”
30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슈룹'에서 마침내 안타고니스트 대비(김해숙 분)가 임화령(김혜수 분)을 향해 심중을 털어놓았다. 6회를 이어오도록 날선 대립각을 보이며 극의 텐션을 지탱해온 고부간 갈등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귀인 시절 대비는 택현을 통해 세자에 오른 자신의 아들 이호(최원영 분)의 배우자로 한미한 집안의 여식 화령이 간택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선왕은 “귀인은 그저 후궁일뿐!”이란 일갈로 침묵시켰다.
마뜩찮은 화령이지만 며느리가 된 이상 잘 지내볼 용의도 있었던듯하다. 화령의 “어머니!”소리에 설핏 미소를 짓는 표정엔 반가움도 담겼다. 하지만 돌아본 대비의 눈에 중전(폐비 윤씨)에게 달려가 아양 떠는 화령의 모습이 비쳐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세자빈은 중전에게만 살갑다”는 궐안의 소음들.
후궁에 머물러야 했던 자격지심까지 화령을 향한 적개심에 가세했다. 그리고 이제는 비록 대비가 되었지만 그 마뜩찮은 것이 나는 앉아보지 못한 국모의 자리를 내 아들 덕에 꿰차고 있는 것도 꼴보기 싫다.
막말로 내가 내 아들을 보위에 올리지 않았다면 제 주제에 중전이 가당키나 한가. 윗전의 심사를 흐트려놓고 따박따박 말대답에, 시어미 평생 한인 중전의 자리를 내세워 뒷방 늙은이 취급도 예사고..“어디 제까짓 게 감히!”
어미로서의 자부심도 있다. ‘나는 아들 하나 낳아 서자란 굴레를 벗겨 주고 그 아들을 보위에 올렸다. 그런데 너는 아들을 다섯이나 낳아놓고 변변한 게 게중 하나라도 있더냐!’ 그나마 볼만한 세자는 비실비실 혈허궐에 스러지고 종학을 밥먹듯 빼먹고 궐밖으로만 나도는 둘째에, 어린 것이 벌써 호색에 눈뜬 셋째에, 남사스럽게도 구멍구멍 숨어서 여장이나 하는 넷째하며, 철없이 잡학에나 관심 쏟는 막내까지..
‘씨만 좋으면 뭐하나. 밭이 저리 부실한 걸. 난 비록 중전의 자리엔 앉아보지 못했지만 너도 결코 대비 자리엔 오르지 못하리라. 대비는커녕 폐비의 굴레를 씌우고 말겠다’는 억하심정이 화령에게 보이는 대비의 악의다.
그 악의를 기탄없이 터뜨릴 시간이 다가왔다. 영의정 황원형(김의성 분)이 권의관(김재범 분)을 국문하며 ‘세자 독살설’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으니 한 발 떨어져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황원형은 국문을 멈췄다. 황원형은 딸인 황귀인으로부터 자신이 세자 독살에 관여했음을 고백받았다. 권의관과 내밀한 관계였던 황귀인은 그를 통해 세자의 처방에 독을 넣었던 것이다.
그렇게 없던 일이 되려던 순간 중궁전 시녀 출신으로 후궁이 된 태소용(김가은 분)의 입에서 폭탄 선언이 터져나온다. “세자의 치료에 외부 약재가 반입됐다”는. 기회를 포착한 황원형은 내의원 의관과 의녀를 협박해 거짓 증언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다시 열린 국문장. 황원형은 “약재를 권의관에게 전한 이가 살해범”이라고 압박하고 성남대군(문상민 분)까지 위험에 빠질 상황이 되자 수세에 몰린 화령은 “외부 약재가 세자를 직접적으로 사망케 했다는 증좌가 있습니까? 누군가 세자를 해하고 국모까지 모함하려는 것 아닙니까. 왕세자의 급사가 어디 우리 세자 뿐입니까?”라며 대비의 감추고 싶던 과거사를 끄집어내며 버틴다.
다시 분노게이지가 치솟은 대비는 화령을 압박한다. “어디 감히 과거의 일을 함부로 들먹거리십니까. 이제 아예 보이는 게 없으신가 봅니다. 아직 남아 있는 자식들을 잊으셨나 봅니다. 폐비 윤씨(서이숙 분)를 만나러 갈 때 그 정도는 각오하셨어야죠. 이 궁에 있는 모든 눈과 귀는 다 대비전으로 통합니다. 내일 중전께서 모든 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역적을 만났다는 사실을 이 국문 자리에서 폭로할 겁니다.”
‘그간 참아줬다고 찧고 까불었겠다. 뼈에 새기거라, 며늘아.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는 걸!’ 이란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제는 역모의 위기까지 내몰린 임화령. 설상가상으로 중궁전에서 보호하고 있던 원손을 향한 독의 실체까지 목격하게 되면서 6회가 끝났다.
임화령은 당장 원손을 향한 흉수에 눈이 돌아갔겠지만 이 또한 임화령을 회생시킬 게임체인저로 기능할 모양이다. 원손을 향한 독은 세자의 독살설에 힘을 실어줄 것이고 외부약재 반입은 수면아래 가라앉을 수 있다.이호도 세자에 이어 원손까지 노리는 마수에는 불같이 분노할 것이기 때문이다. 폐비 윤씨를 만난 것쯤은 치지도외할만큼 본격적인 역모사건인 것이다.
드라마는 공수전환이 숨가쁘다. 그만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반전있는 드라마는 재미가 없을 수 없다. 대비건 영의정이건 눈 똥그랗게 치뜨고 맞서는 화령이 궐 한 구석 헛간에서 소리 줄여 울었듯이. 사람들은 약해서도 울지만 어떤 이는 너무 오래 강해야 했기 때문에도 운다. 드라마 ‘슈룹’이 재미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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