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과 할로윈 대응 달랐던 日 시부야… ‘질서 유지’ 조례·5억 투입해 경비원 100명 배치

세종=손덕호 기자 2022. 10. 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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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데이·연말 새해 카운트다운 대비 조례 제정
구청장에 조례 위반한 사람 행위중단 지도 권한 부여
투입한 경비원, 경광봉 들고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 주세요”
시부야구청장 “룰 지키면서 즐겨줬으면”…5억 투입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진행된 핼러윈 데이 축제에서 154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발생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용산구청 등이 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 사고를 방지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에서 핼러윈 데이 축제가 열리는 시부야(渋谷)구는 3년 전 조례를 만들어 구청장이 핼러윈 데이에 질서를 해치는 시민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시부야구청장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일본 국민들에게 ‘집에 있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 횡단보도에서 경찰들이 지난 30일 할로윈 축제 질서를 관리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용산구, 핼러윈 데이 앞두고 코로나 방역과 불법 주·정차 단속 대책에 초점

3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2005년 압사 사고를 막기 위한 ‘공연·행사장 안전 매뉴얼’을 만들었다.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는 등의 내용이다. 2005년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한 콘서트장에서 관객들이 출입구 쪽으로 몰리면서 11명이 숨지고 162명이 다친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후 민간이 지역 축제를 주최할 때에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도록 규정이 강화됐고, 지난해 3월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행사를 여는 주최가 없을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청년들 10만여명이 모이는 이태원의 핼러윈 데이 축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용산구는 지난 28일 ‘핼러윈 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코로나19 방역과 소음 점검, 불법 주·정차 단속, 청소 대책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지난 30일 시민들이 의상을 입고 할로윈 데이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시부야구, 핼러윈 기간 민간 경비원 매일 100명씩 자체 투입

일본 도쿄도 시부야구의 대응은 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하세베 겐(長谷部健) 시부야구청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10월 말 할로윈 데이 축제와 관련해 “룰을 지키면서 즐겨줬으면 한다”고 했다. 하세베 구청장은 또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돼 예년보다 더 많은 시민이 시부야에 모일 것으로 예측하고, “‘거리에 오지 마라’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자택에서 즐겨주었으면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했다. 경비를 강화하고, 투입하는 구 직원의 수도 늘리는 내용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시부야구는 10월 28일부터 11월 1일 새벽까지 시부야역 주변에서 노상 음주를 금지했다. 할로윈 데이 전 주말인 10월 29일부터 당일인 31일까지는 점포에 주류 판매 자제를 요청한다. 시부야구 직원들은 직접 거리로 나서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한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경찰들이 지난 30일 할로윈 행사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또 시부야구는 민간 경비원을 매일 100명씩 배치해 시민들이 길 위에 서서 머물지 않고 계속 이동시키는 작업에 투입했다. TV아사히에 따르면 민간 경비원은 경광봉을 들고 시민들에게 “이곳에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주세요”라고 외쳤다. 경찰이 질서를 유지하지만, 구 차원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한 것이다. 이 같은 대책에는 예산 5000만엔(약 5억원)이 투입됐다.

◇2019년 핼러윈 데이 대비한 조례 제정… 시민에게 “폐 끼치는 행위 금지”

시부야구가 핼러윈 데이에 안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2019년 6월 20일 통과된 조례가 있다. ‘시부야역 주변 지역의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 확보에 관한 조례’라는 명칭의 조례는 제정 배경으로 “핼러윈, 연말 새해 카운트다운 등 특정 기간에 일부 방문객의 민폐행위로 거리의 안전하고 쾌적한 질서가 위협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적어놓고 있다.

하세베 겐 시부야구청장이 지난 20일 할로윈 데이 축제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룰을 지키는 사람은 시부야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슬로건이 담긴 홍보 현수막을 들고 있다. /시부야구청 제공

이 조례에 따라 시부야구는 핼러윈 축제 기간인 10월 31일과 11월 1일, 10월 24일부터 30일까지 중 금·토·일요일, 12월 31일과 1월 1일에 시부야역 주변 지역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또 시부야 방문객에게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거나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구청장에게는 이 조례를 위반하는 사람에게 해당 행위를 중지하도록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하세베 구청장은 올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룰을 지키는 사람은 시부야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거리 곳곳에 현수막과 간판, 포스터 등 홍보물을 내걸었다. 핼러윈 데이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스스로 안전 사고를 예방하도록 규칙을 준수하라는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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