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외국인, 이달 국내주식 3조 순매수…코스피 2,300 육박
H지수 급락에 ELS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손실 확대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홍유담 기자 = 이달 들어 시진핑 집권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차이나런'(탈중국)이 확산하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 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3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이면서 코스피를 2,300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3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7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앞서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주식을 16조2천억원 어치 순매도했으나 7월부터 넉 달간 7조원 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국내 증시가 낙폭 과대로 저가 이점이 부각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완화 기대감이 일부 작용했다.
시장에선 그러나 외국인의 최근 순매수 경향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외국인은 통상 중국 위험이 확산하면 국내 주식을 내다 파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2,155.49 종가에서 이날 장중 2,295까지 상승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는 대만에선 순매도를 강화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이는 것은 뜻밖의 상황"이라며 "외국인이 '차이나런'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차이나런' 위험이 촉발할 수 있는 글로벌 경제와 산업 재편, 주도권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주도 하의 글로벌 경제와 산업이 다시 재편되고 신 공급망 구축이 추진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에 미칠 수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중 수출은 정보기술(IT) 분야가 주력이지만 수출 실적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며 "대미 수출을 보면 대중 수출 품목에서 볼 수 없는 자동차, 2차전지 등 IT 이외 품목이 눈에 띄고 수출 실적도 양호하며 건설장비도 중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저가 매수를 통해 평가 이익을 내는 것과 달리 홍콩증시가 급락하면서 이와 연계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들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은 커지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홍콩H지수(HSCEI)가 대표적인 기초자산 중 하나이다.
정기적으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상품 조건을 충족한 경우 조기 상환되지만, 기초자산 가치가 원금 손실 기준선을 밑돌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 28일 기준 ELS 미상환 발행 잔액은 44조3천4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23% 증가했다.
이는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ELS 상품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ELS의 미상환 발행 잔액은 21조1천87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4.38% 늘었다.
홍콩H지수는 지난 28일 50,840으로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4.58% 급락했다.
지난해 말 83,520으로 마쳤던 홍콩H지수는 올해만 39.13% 떨어지며 약세를 거듭했다. 이에 홍콩H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국내 ELS 상품들도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하거나 조기상환이 순연되면서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가 지난달 말부터 6,000을 밑돌았다"며 "기초자산에 홍콩H지수가 포함되고 배리어가 있는 공모 ELS 중 녹인이 5,500보다 높은 상품이 26%(2조8천억원 규모)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인에 가까운, 즉 5,000∼5,500 사이에 있는 상품 비중은 30%로 3조2천억원 규모"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박 연구원은 "'차이나런' 위험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 경제 저성장과 신용경색 위험을 자극할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신용경색 위험이 가시화하면 국내 신용경색 우려 증폭과 원화 가치 약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ndigo@yna.co.kr,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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