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투매 재현되나…"재무부 바이백만으로 해결 안 돼"

최정희 2022. 10. 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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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센터 보고서
美 국채 유동성 지수, 팬데믹 수준에 근접
레버리지 규제·QT·강달러에 국채 매도하는 외국인
재무부, 내년 상반기 2000억달러 가량 바이백 시행 전망
"레버리지 완화가 답인데 단기간 내 도입 어려워"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사진=A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 저하 현상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금’ 확보를 위한 국채 투매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미 재무부에선 내년 시행을 목표로 바이백(Buyback·조기 상환)을 검토하고 있으나 시장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딜러들의 유동성 공급을 강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 “미 국채 공급은 늘었는데 사줄 주체가 없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간한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 상황 및 바이백 논의’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채 유동성 지수(블룸버그)는 9월말 2.9로 2020년 3월 고점 3.1에 근접해있다.

미 국채 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에서 높은 변동성을 지속하면서 시장 유동성 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2020년초 팬데믹 선언 후 세계 경제가 일시 마비되면서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미 국채 등 자산 시장 투매가 일어나는 ‘대시 포 캐시(Dash for cash)’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상이 재현될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물가와 경기 향방,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미국 국채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지속했다”며 “국채 시장의 내재변동성을 나타내는 무브(MOVE) 지수는 최근 2020년 3월 팬데믹 초기 고점(163.7)에 근접했고 스왑션 시장 내재 변동성은 팬데믹 당시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대응으로 국채 시장 규모가 9월 23조7000억달러로 2019년말(16조7000억달러)보다 급격하게 커진 반면 수요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6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QT)에 돌입하면서 비지표물 국채를 중심으로 수요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6월 이후 연준의 국채 보유액은 1575억달러 감소했다. 미 달러 강세에 자국 통화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외환보유액 내 미 국채를 매도하기도 했다. 재무부 국제자본통계(TIC)에 따르면 6~8월 중 외국인 국채 보유액은 2562억달러 증가했는데 대부분 영국, 케이맨제도 등 역외 헤지펀드 자금이 대부분이었고 공공부문은 168억달러 줄었다. 해외 공공부문 수요를 실시간 가늠해볼 수 있는 연준 예탁계정 잔액은 9월 이후 60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국채 투자를 늘려왔던 은행권도 예금 감소 등으로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다.

또 은행권의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규제 등으로 딜러들의 국채 보유 여력이 제한되면서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조성하는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SLR규제는 은행권 익스포져 총량(국채와 지급준비금 포함)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팬데믹으로 2020년 4월부터 작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국채와 지준을 익스포져에서 제외했으나 다시 원상 복귀한 바 있다. 딜러들의 시장조성 기능이 약해지자 전자거래플랫폼에 기반한 ‘PTF(principal trading firm)’의 유동성 공급 역할이 확대됐으나 PTF는 시장 불안시 외려 유동성 수요자로 전환돼 국채시장의 유동성 감소와 변동성 확대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연준과 외국인의 국채 수요 감소를 헤지펀드와 같이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대체하면서 시장 불안 국면에서 변동성 확대와 유동성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채 가격의 과도한 변동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과 같은 전통적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재무부의 국채 순발행과 QT를 더하면 내년까지 민간 부문으로 순공급되는 국채 규모가 약 3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 은행권 등의 투자 확대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수급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 “바이백으론 모자란다…레버리지 규제 완화도 필요”


이에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국채 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언급하는 등 바이백 제도 도입을 시사하고 있다. 국금센터는 “재무부가 제도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내 바이백을 공식 도입하고 연간 2000억달러 내외 규모의 바이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바이백을 한 것은 2000년~2002년이 마지막이다.

보고서는 “국채 바이백이 미 국채 시장의 급격한 유동성 경색 위험을 예방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수요 기반 약화 등에 따른 구조적 위험 요인은 계속 잠재해 있다”며 “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백으로 신규 국채(지표물) 발행을 늘리면 미래에 비지표물을 증가시키게 됨에 따라 바이백은 결국 현재의 국채시장 중개 기능 문제를 미래로 이연시키는 효과에 불과하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미 국채시장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는 아니지만 수급구조 변화 등에 의한 유동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시장에 충격을 주는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며 “미 정부와 연준이 SLR 규제 완화, SRF(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 규모 확대, PTF 등에 대한 감독 및 안전장치 강화, 중앙청산 시스템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도입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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