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안전 대한민국’은 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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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의 사망자가 154명으로 늘었다.
부상자 중에 중상자가 많아 최종 희생자가 몇 명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들이 단지 길을 걷다가 죽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가장 진심어린 추모는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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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의 사망자가 154명으로 늘었다. 부상자 중에 중상자가 많아 최종 희생자가 몇 명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사고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고된 인재였다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거리두기 조치 없이 맞은 3년 만의 ‘핼러윈’이었다. 행사 주최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좁은 지역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 지자체든 경찰이든 안전 관리에 나섰어야 한다. 서울시, 용산구청, 경찰, 소방 모두가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수수방관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모두가 경찰의 적절한 통제만 있었다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던 다른 축제나 해외 핼러윈 축제만 봐도 경찰의 통제가 안전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장관의 발언은 끔찍한 참사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후안무치에 불과하다.
희생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자발적으로 모였기 때문에, 놀러갔기 때문에, 외국 축제를 즐겼기 때문에 죽었어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있었다. 희생자들에게 잘못을 돌리는 이런 말들은 이번 사태에 진짜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잘못을 묻기 힘들게 한다.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들이 단지 길을 걷다가 죽은 것이다. 이들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간 것도 아니고, 경찰이나 정부가 출입을 통제한 곳에 억지로 들어간 것도 아니다. 서울 한복판의 골목길을 걸었을 뿐이다. 골목길을 걷다가 인파에 눌려 숨을 쉬지 못해 변을 당한 것이다.
정부는 8년 전 세월호 사태를 겪으며 ‘안전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번 사고(세월호)를 계기로 진정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든다면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가장 진심어린 추모는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대한민국’은 여야와 정파를 가리지 않는 시대 정신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의 골목길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경찰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순서를 기다리며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청년들이 희생됐다. 누구의 잘못이냐는 질문에 장관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며 고개를 돌리고, 온라인에서는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깎아내리기 바쁘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가장 많이 희생된 건 20대 청년들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주된 희생자였던 고등학생들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핼러윈을 즐기는 20대 중반의 청년으로 자랐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또 구하지 못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사라졌다. 대한민국은 또 실패했다.
[이종현 기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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