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상이 자꾸 머리에…" 이태원 참사 PTSD 주의보
특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건 당시의 사진, 영상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이를 본 상당수가 우울감이나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난 3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 현장 출동했던 경찰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아비규환이었던 현장 상황,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이 글에는 "자책하지 마시라", "경찰관님 잘못이 아니다",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등 A씨를 위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사고 현장에서는 경찰과 소방대원들 뿐 아니라 시민들도 다수 나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했다. 당시 CPR을 도왔다는 한 시민은 "제발 살아라, 살아라 생각하면서 가슴을 압박했다. 지금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나온다"라고 슬픔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믿기지 않는 소식에 하루종일 뉴스만 봤다. 누워도 잠이 오질 않는 밤", "현장 사진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사망자와 유가족을 생각하니 눈물이 안 멈춘다" 등 고통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의 글이 다수 올라온다.
특정 사건으로부터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된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는 향후 집중력 저하,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은 물론 공황발작, 환청, 약물 남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전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 당시의 사진과 영상 등을 지나치게 접하면 그 참담함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불안, 불면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명재 교수 역시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사고 당시의 현장 사진과 영상을 무분별하게,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불면이나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이미 벌어진 사고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2차 가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안 그래도 충격과 슬픔이 큰 유가족들에게 사망자 관련 조롱이나 혐오, 유언비어 확산 등은 더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9일 밤 이태원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에서는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사망자는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이태원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유가족, 부상자,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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