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학자가 말하는 인파 속 행동요령, 유용하고 뭉클하다

신민정 2022. 10. 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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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거리에 핼러윈 인파가 가득 차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에서 관객 10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미국 공영방송 <엔피아르>(NPR)는 ‘군중 속에 갇혔을 경우 따라야 할 8가지’에 대해 보도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집단행동을 연구하는 메흐디 무사이드 박사는 팔을 이용해 가슴 주변의 공간을 확보할 것, 밀릴 땐 반대로 밀어내지 말 것 등을 조언했다.

■ 양어깨가 다른 사람과 닿는다면 위험

무사이드 박사는 우선 “사람들이 군중 속에서 위험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을 경우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중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을 땐 이미 늦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라고 느꼈고, 움직일 여지가 있다면 바로 떠나라”고 조언했다.

기사에 따르면 위험 수준의 밀도는 ‘1㎡ 당 6명 이상’이다. 양어깨나 신체 여러 곳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평당 6명 이상 밀집도라고 한다. 30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은 너비 3.2m, 길이 40m인 약 38평 넓이의 공간으로 여기에 한꺼번에 천명 이상이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골목을) 50평으로 봐도 저 정도 공간이면 100명도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무사이드 박사는 “평당 5명 이하는 불편할 순 있지만 괜찮다. 6명 이상은 위험해지기 시작한다. 평당 8명이라면 대부분 부상사고가 벌어지거나 더 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가슴 앞쪽에 팔 두기, 바닥에 가방 놔선 안 돼

사람이 많을 경우 숨을 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팔을 가슴 앞쪽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무사이드 박사는 “사람이 빽빽하면 폐가 숨을 쉴 충분한 공간이 없어진다. 팔을 가슴 앞에서 잡고 있으면 호흡하기에는 충분한 0.5㎝~1㎝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바닥에 가방 같은 짐을 두는 행위도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짐에 걸려 넘어질 경우 다른 사람까지 함께 넘어지게 될 수 있어서다.

■ 밀릴 땐 반대로 밀지 말 것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모든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누군가 앞사람을 밀기 시작하면 앞의 사람도 다른 사람을 밀게 되고, 밀어내는 힘이 증폭되기 때문에 절대 밀어선 안 된다.

무사이드 박사는 뒤에서 민다고 힘을 줘서 반대 방향으로 저항하는 행위도 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여러 방향에서 미는 힘이 작용하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공기가 난기류를 겪는 현상에 빗대 ‘군중 터뷸런스’(crowd turbulence)라고도 부른다. 무사이드 박사는 “최악은 한번에 여러 방향에서 미는 힘이 발생하는 경우다. 압력을 양쪽에서 받는 경우 정말 위험하다. 반대로 밀지 말고 흐름에 따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이태원역 지하철 1번 출구 쪽으로 향하는 이들과 반대방향에서 걸어오는 이들로 혼잡을 빚고 있었다. 누군가 ‘밀라’고 했다는 증언이 있다. <한겨레>가 취재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은 “‘밀어’라는 소리를 들었다”, “골목 아래에선 위로 올라오려고 하고, 뒤에선 밀어내면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고 증언했다. 서울경찰청 전담수사팀은 31일 오후 2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현장 합동감식을 실시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 “돕는 행동 전염성 있어…서로 돕는 것도 중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사이드 박사는 “이타적인 행동은 전염성이 있다. 이기적인 행동도 마찬가지”라며 “이웃을 도우려고 하면 그들도 도우려 할 것이다. 이는 상황을 덜 나빠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도 많은 시민이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구조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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