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이태원 인력 배치 중요성 인식 못했던 듯… 이상민 언행 조심했어야”

이상민 “경찰·소방 미리 배치해 해결될 문제 아니었다” 발언 논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경기고양시갑 당협위원회 당원연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고양=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해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행안부 장관 설명에 따르면 그 당시 시청이나 광화문 인근 집회시위가 많았고 충돌 위험이 있었다”며 “그렇다 보니 (이태원 지역에 대한 경찰·소방 인력) 배치에 대해 그렇게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 보이는데 별로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10만명이 모인다’ 식의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대책 그리고 안전을 위해 통행을 제한하든지 현장에서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도록 소개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 대해 굉장히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이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현장에 소방이나 경찰 인력이 배치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요소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경비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경찰 경비병력의 상당수는 광화문 쪽으로 배치돼 있었고 지방에 있는 병력까지 동원하는 계획이라든지 유사시를 대비해서 짜여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의 경찰 경비병력 배치에 대해선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되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의 해당 발언을 두고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전날 성명에서 “이 장관의 단정적인 발언은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책무를 희석시킬 수 있다”면서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10시 15분쯤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일어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날 오전 6시 기준 154명(외국인 26명)이 사망하고, 149명(중상 33명·경상 11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