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 파탄, 누구 탓인가?[문상열의 부시리그]

문상열 2022. 10. 31. 10: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한국 시리즈 개최 기자회견. 왼쪽부터 이항준 프로모터 대표, 송선재 MLB 한국지사장, 짐스몰 MLB 부사장, 허구연 KBO 총재, 박형준 부산시장, 장창익 (주)동원개발 전무. 2022.9.19 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인터넷 MLB.COM 사이트에서 ‘MLB 월드투어’ 기사를 검색하면 2개가 뜬다.

하나는 8월26일 ‘MLB, MLBPA 11월 코리아 시리즈 출전’ 기사다. MLBPA는 선수노조다. 또 하나는 9월12일 MLB 월드 투어 한국, 멕시코, 런던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구글에서 애초 MLB 월드투어 개막 기사는 MLB.COM, SI.COm, 블리처리포트 등 소수 사이트 정도였다. 국내발 영어 기사가 대다수를 이룬다.

그러나 29일 MLB 월드투어가 취소되면서 기사가 폭주했다. 심지어 ESPN.COM은 톱 헤드라인에 ‘MLB, 프로모터 분쟁으로 포스트시즌 한국 투어 취소’라는 AP통신 기사를 게재했다.

개막 진행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취소 되니까 톱뉴스가 된 게 ‘MLB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다. 메이저리그는 자체 방송사를 갖고 있다. MLB 네트워크다. 그러나 MLB 네트워크에서 그동안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를 보도한 적이 거의 없다.

기자는 아침 저녁으로 이 방송을 모니터한다. 보통 패널로 출연하는 기자들은 프리에이전트 시장이 열리면 일본, 한국 선수들의 동향도 SNS로 알린다. 그런데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월드투어마저도 눈에 띄지 않았다.

MLB 월드투어 한국 시리즈에 관해 설명하는 짐스몰 MLB 부사장. 2022.9.19 연합뉴스
그런 상황에서 미국 야구계에서는 존재가 미미한 짐 스몰 MLB 인터내셔널 수석 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KBO 허구연 총재와 부산시장을 만나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북치고 장구치고 했다.

대회가 보름 여 정도 남았음에도 선수 구성, 방송 스케줄 등이 MLB 네트워크에서는 단신으로도 취급되지 않았다. ‘대회가 열리기는 하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 과욕이 부른 대회 행사였고, 끝내 취소까지 이른 것이다. 애초부터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는 성사되기가 어려운 이벤트였다. 돈이 가장 큰 문제고, 스타플레이어를 모으는 게 핵심이었다.

MLB가 이렇게 허술하게 준비를 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지만 MLB와 MLBPA는 선수 구성에 어떤 열의도 보이지 않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로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입양된 형이 한국에 거주해 혹시나 출전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9일 오후 부산시청 로비에서 열린 국내 프로야구 출범 후 최초의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인 코리안 투어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9.19 연합뉴스
이번 취소 때 성명서를 봐도 알 수 있지만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KBO는 맨프레드의 제안으로 월트투어를 진행했다는데 정작 공개 성명서에는 결정권자도 아닌 스몰 부사장의 이름만 등장한다. KBO는 맨프레드가 서신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MLB로서는 이미 예정돼 있는 MLB 월드투어 과정에 한국을 끌어들여 모양새좋게 숟가락 하나 올린 정도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9월12일 월드투어 동영상에서 얼핏 짐작할 수 있다.

MLB가 계획한 월드투어는 한국은 포스트시즌이고, 멕시코, 런던은 정규시즌이다. 4월 멕시코에서는 SF 자이언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6월 런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시카고 컵스전이다. 두 시리즈는 구체적이다.

정규시즌 해외경기는 각 리그가 선호하는 타입이다. 경비가 국내 대회보다 더 소요되는 게 MLB로서는 단점이지만 ‘스포츠 세계화’라는 메이저 종목들의 최종 목표와 맞아떨어진다. 이 명분으로 선수노조가 쉽게 협조한다. 그래서 미국만의 미식축구 NFL도 올해 정규시즌 런던 게임을 3경기로 늘렸다. 유럽에도 팀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MLB 월드투어 한국 시리즈 개최 기자회견. 2022.9.19 연합뉴스
야구의 포스트시즌 게임은 노사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기에 야구를 또 할 명분이 없다. 슈퍼스타들의 불참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KBO 허구연 총재와 짐 스몰은 밀어붙였다. KBO는 MLB에 스폰서 확보의 어려움, 팬들의 수준, 흥행문제 등을 미리 이해시켜야 했다. 스몰이 한국야구를 얼마나 알겠는가.

짐 스몰은 취소 성명에서 “한국 팬들이 받을 만한 높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로모터와의 분쟁은 결국 돈이다. 스포츠 마켓이 작은 국내 여건상, 최고 선수들이 방문하지 않는 이벤트는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

현재 모든 책임이 MLB와 프로모터에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1차 책임의 원인 제공자들이다. 그러나 KBO도 온전한 피해자가 아니다. MLB가 제안하면 ‘국내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KBO에 묻고 싶다.
moonsy1028@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