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감정색 읽는 리트머스종이…안희진 '바람[보통사람 일흔다섯]'

오현주 2022. 10. 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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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꽃무늬 벽지 덕인가.

가운데 세운 한 남자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그림은 더없이 풍성해 보인다.

남자가 손에 든, 벽지보다 더 튀는 색을 입은 꽃다발이 남자의 얼굴을 물들이고 있으니.

독특한 인물의 형상으로 늘 마주치게 되는 누군가의 감정·모습을 위로한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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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작
독특한 인물형상으로 누군가 감정·모습 위로
얼굴에 뒤섞인 '색'으로 대상 감정상태 실어
"아름다움, 사람이 사람다울 때 느껴지는 것"
안희진 ‘바람[보통사람 일흔다섯]’(2022 사진=슈페리어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화려한 꽃무늬 벽지 덕인가. 가운데 세운 한 남자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그림은 더없이 풍성해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장밋빛인 건 아니다. 유심히 살폈다면 다른 포인트가 눈에 띄는 건데. 남자의 셔츠가 말이다. 벽지화 그대로다. 그뿐인가. 남자가 손에 든, 벽지보다 더 튀는 색을 입은 꽃다발이 남자의 얼굴을 물들이고 있으니. 이쯤 되면 ‘바람[보통사람 일흔다섯]’(2022)이란 타이틀을 걸친 저 초상은 단순한 인물화가 아닌 거다.

젊은 작가 안희진(25)은 사람으로 사람을 위로하는 작업을 한단다. 독특한 인물의 형상으로 늘 마주치게 되는 누군가의 감정·모습을 위로한다는 건데. 특별한 것은 그리는 대상으로 삼은 그 인물에 그가 빠져 있는 감정까지 실어낸다는 점. 도구는 ‘색’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화면에 유독 하나, 얼굴에 얹어낸 뒤섞인 색들이 저이의 상태를 드러내는 ‘리트머스종이’가 되는 거다.

작가는 “아름다움이란 사람이 사람다울 때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때론 행복하기도,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겠느냐는 거다. 표정 대신 읽어낸 붉고 푸른 ‘인간다움’을 붙들고 싶었단 얘기다.

11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기미노·박노을·신모래·이상엽과 여는 ‘5인 5색 파피즘(Popism)’에서 볼 수 있다. 천에 혼합재료. 130.3×130.3㎝. 슈페리어갤러리 제공.

기미노 ‘평화’(Peace·2022), 캔버스에 아크릴, 33.4×24.2㎝(사진=슈페리어갤러리)
이상엽 ‘텍스팅’(Texting 2224·2021), 캔버스에 우체 아크릴, 73×73×5.5㎝(사진=슈페리어갤러리)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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