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이태원 참사…인명피해 300명 넘었다
29일 늦은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30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설정하고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해 나서고 있다.
이에 기업 역시 당초 준비한 핼러윈 관련 행사를 조기 중단하는 등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당초 내달까지 진행하기로 한 핼러윈 관련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조기 철수했으며 가전업계도 행사를 전면 중단했다.
◆ 이태원서 303명 인명피해…사망자 154명·부상자 149명
이번 참사는 좁은 골목에 수많은 인파가 뒤엉키면서 발생했다. 29일 늦은 오후,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4m 폭의 경사 구간에서 일부 시민들이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30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파악된 수치(286명)보다 17명 증가했다.
사망자는 154명, 부상자는 149명이다. 부상자의 경우 중상자가 33명, 경상자는 116명이다. 사망자의 경우 여성이 98명, 남성이 56명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03명으로 집계됐다. 30대는 30명, 10대는 11명, 40대는 8명, 50대 1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이다.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사고 수습을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또, 각 부처에서는 수습 본부를, 서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즉시 가동하기로 했다.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 오늘(31일)부터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과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도 마련된다. 애도기간에는 공공기관과 공관에서 조기를 개양하고 공무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시급하지 않은 행사는 연기해야 한다.
사망자에 대해서는 서울시·복지부 등과 합동으로 장례지원팀을 가동하고 부상자 치료에 총력을 다하고, 부상자 가족의 심리치료를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이태원 사고 심리 지원팀을 구성해 운영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브리핑을 통해 "이태원 사고로 인한 유가족에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라며 "부상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정부도 빠른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서울시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함께 해달라"라며 "모든 부처, 관계 기관과 협력해 사고 수습에 전념하고 향후 후속 대책도 강구하겠다. 외국인 사상자에 대해서도 재외공관과 적극 협의해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기업, 행사 올스톱…유통업계·가전업계 프로모션 중단
이에 기업에서도 이번 사고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핼러윈 관련 행사를 조기 중단했다.
유통업계의 경우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행사를 철수했다. 롯데백화점은 핼러윈 퍼레이드와 프로모션을 취소하고, 매장에 부착하거나 비치해놓은 포스터와 행사 관련 전단을 폐기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핼러윈 관련 행사를 중단하고, 관련 마케팅 고지물을 없앴다. 현대백화점은 장식물을 철거하고 전단을 없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점포별 핼러윈 프로모션 진행 여부를 파악하고 관련 행사가 있을 경우 중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라며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철수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당초 내달 1일까지 핼러윈 자체제작 굿즈(MD) 등을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고 이후 중단했다. 홍보 포스터 역시 내렸다. 에버랜드는 핼러윈 프로그램을 없애고, 관련 퍼레이드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자업계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당초 30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핼러윈 미식파티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취소했다. 핼러윈과 관련한 일부 광고 캠페인 송출도 중단했다. LG전자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씽큐 방탈출 카페' 내 핼러윈 이벤트를 중단했다.
◆ 일부서 논란도…발언·페이스북 글 문제로 지적
다만, 이번 사고 이후 일각에서는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현장 경찰 인력 배치와 관련해 내놓은 대답이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장관은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코로나19가 좀 풀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마는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며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30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사전 준비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매년 핼러윈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배치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 원인은 청와대 이전"이라는 발언을 했다. 남 부원장은 "핼러윈 축제에 10만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경찰 등 안전요원 배치는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대통령 출퇴근에 투입돼 밤낮 야근까지 고충을 토로하는 경찰 인력이 700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시장은 사퇴하라"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를 정쟁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남 부원장은 글을 삭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고 수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 의원 전원에게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국 사고 수습에 무조건 협력 △당 소속 지자체장에 축제성 행사 전면 취소 △국회의원, 지방의원과 보좌진의 SNS 글 게시 자제 등을 주문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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