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 참여한 의료진 “코피, 구강 내 혈흔...복부 팽창 증상도”

김소정 기자 2022. 10. 31. 1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돼 심폐소생술(CPR)을 한 의사가 “환자들에게 복부가 팽창하는 증상이 나타났다”며 당시 구조 상황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진 A씨는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시 환자분들 대다수가 심정지 상태로 맥박이나 호흡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A씨가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한 시간은 29일 오후 11시5분쯤이라고 한다. 압사 사고 첫 신고 시각은 오후 10시15분이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시민들이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얼굴도 창백해지신 분들도 많이 계셨고 코피가 나거나 구강 내에 혈흔도 보였다. 또 많은 분들이 저희가 CPR을 하는 상황에서 복부가 팽창하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원인은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당시 상황과 사고 현장을 보았을 때 아마 강한 압박으로 인해서 내부 장기들이 파열이 돼서 그 안에서 출혈이 된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현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심정지가 일어나고 온몸에 피가 돌지 않게 됐을 때, 제일 중요한 뇌혈관에도 혈액이 공급이 중단된다. 사고 발생했을 때는 10시20분쯤으로 알고 있었지만 제가 있던 위치에서는 11시5분쯤에 첫 환자가 도로 위에 심정지 상태로 이송이 됐다. 이미 골든타임을 많이 지나갔다”고 했다.

이어 “그분들이 아마 골목에서 바로 응급조치가 있었던 분들은 모르겠지만 이송이 된 환자 분들은 골든타임을 훨씬 지났기 때문에 현장의 많은 시민들, 구급대원 분들이 CPR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사망자가 계속 더 많이 발생했던 점이 그런 부분이지 않았을까. 구급차 구급대원 분들이 더 빠르게 신속하게 올 수 있는 차량통제 등 이런 사전조치가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A씨는 인력이 부족했음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조 활동에 나선 모습도 기억했다. 그는 “의학적 지식이 없는 시민분들께서 자발적으로 도와주시러 오셔서 정말 감사했다”며 “CPR이 가능한 당시 의료진과 시민분들이 교대로 진행했다. 그 외에 일반 시민분들도 양쪽 팔다리를 주물러주시면서 환자들을 보살펴줬다. 환자 한분당 보통 6~7명 둘러싸서 살리려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구조에 참여했던 의사 이범석씨도 “CPR(심폐소생)을 하면서도 느끼는 게 복부가 점점 팽창하는 걸 느꼈다”고 증언했다.

복부 팽창을 두고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박시은 동강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31일 YTN 방송에서 “기사를 보고 많이 의아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다 알고 있을 거다. 이번 참사 현장에서 대부분 기관 내 삽관을 하지 않고 인공호흡을 했을 거다. 식도와 기도는 함께 하나로 연결돼 있지 않냐. 그렇기 때문에 인공호흡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부 내로 공기가 들어가거든요. 그러다 보면 복부가 이렇게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은 흔한 심폐소생술에서의 증상이다”라고 했다. 이어 “복부 내 어디 장기가 파열돼서 발생한 증상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심정지는 호흡이 안 돼서 질식사하는 거다. 압사 사고의 특징이 계속 사람들이 위에서 겹쳐져서 호흡이 안 되는 것”이라며 “질식해서 심정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또 한 부분은 계속 위에서 눌려서 갈비뼈라든지 이런 게 골절이 돼 갈비뼈가 다른 장기를 손상시켜서 또 내부 출혈에 의해서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