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이태원 참사 현장, 공포 그 자체.. 주점 울타리 넘어서 겨우 탈출"
- 갈수록 압박 강도 심해져.. 인원에 휩쓸려 이동해
- 직원들, 울타리 넘으니 “나가라”.. 결과 예측 못했을 것 이태원>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 대담 : 이태원 사고 현장 목격자 (익명)
☏ 진행자 > 최악의 압사사고가 지난주 토요일 밤에 발생했습니다. 사고 당일 서울 이태원 일대에는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 있었다고 하는데요. 사고 직전 상황은 어땠는지 그리고 사고 발생 지점은 어떤 곳이었는지 우리가 잠시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고 직전에 이태원 골목을 간신히 빠져나온 분과 연결해서 당시 상황 전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선생님 나와 계시죠?
☏ 목격자 > 예, 안녕하세요.
☏ 진행자 > 우선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일 텐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지난주 토요일 몇 시쯤에 이태원에 계셨던 건가요?
☏ 목격자 > 제가 9시경에 녹사평역 근처에 있던 호텔에 주차를 하고 이태원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일어났던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쪽으로 진입한 것은 한 9시 30분경이었습니다.
☏ 진행자 > 밤 9시, 9시 30분경이면 압사사고가 발생하기 전인데요. 당시 도착했을 때는 현장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 목격자 > 우선 대로변 쪽에서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어느 정도 통행이 가능했고 많은 사람들이 여느 축제와 다름없이 축제를 많이 즐기고 있었고요. 단지 메인스트리트 쪽은 골목이 한정돼 있다 보니 그렇게 많이 붐비게 된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거기서 실질적으로 위험을 느끼시지는 않으셨나요?
☏ 목격자 > 대로변에서는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었고요. 사고가 일어났던 그런 메인스트리트로 진입하고 나서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붐비지 않았는데 사고 났던,
☏ 진행자 > 그러면 이태원에 도착하고 나서 사고가 벌어진 골목 쪽으로 이동을 하셨던 건가요?
☏ 목격자 > 네, 그래서 처음 진입했을 때는 그렇게 통행에 불편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쪽 해밀톤호텔 쪽으로 이동을 점점 할수록 사람들이 옆으로 붙기 시작하고 압박의 강도가 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이동하려고 이동한 게 아니고 인원에 휩쓸려서 가게 되더라고요. 그쯤 되니까.
☏ 진행자 > 그냥 밀려서 이동하신 거네요.
☏ 목격자 > 네.
☏ 진행자 > 당시 좁은 골목 상황이 어땠는지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목격자 > 우선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그쪽 방향으로 갈수록 점점 사람들이 계속 붙게 됐고 압박 강도가 심해지니까 그때부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그런 불안한 예감이 들기는 했습니다.
☏ 진행자 > 위협을 느끼셨어요? 현실적으로.
☏ 목격자 > 네, 맞습니다.
☏ 진행자 > 평소에 이태원 자주 가셨나요?
☏ 목격자 > 이태원 자주 방문하지 않았는데 주말에 몇 번 가본 적이 있거든요.
☏ 진행자 > 그때와 비교해서 지난주 상황은 좀 어떠셨어요?
☏ 목격자 > 그래도 주말의 인원에 비교하면 솔직히 비교가 안 되는 인파인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가족이 모두 그 골목에 사실상 갇혀 있으셨던 거잖아요.
☏ 목격자 > 네.
☏ 진행자 > 아내분과 아이분과 함께 가셨죠?
☏ 목격자 > 네.
☏ 진행자 > 갇혀 있으셨을 때 심정이 어떠셨어요?
☏ 목격자 > 정말 공포 그 자체였고요.
☏ 진행자 > 죽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이런 생각도 가지신 거예요?
☏ 목격자 > 네. 아까 해밀톤호텔 방향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압박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그래서 뒤로 빠져나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뒤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아이가 사람 많은 것을 즐거워했었는데 점점 자기도 압박을 느끼니까 저한테 안겨 있었는데 그때부터 무서움을 표현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 진행자 > 그 몸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까?
☏ 목격자 > 전혀까지는 아니지만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 되기는 했었습니다.
☏ 진행자 >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 표현이 맞을까요?
☏ 목격자 > 네, 맞습니다.
☏ 진행자 > 인파가 몰렸을 때요. “야 밀어”라고 하는 소리도 들렸다고 하고, 아비규환이었다고 하는데 혹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는 어떤 거 들으셨나요?
☏ 목격자 > 제가 서 있던 곳이 사고가 났던 골목 방향으로 꺾이기 바로 전이었거든요.
☏ 진행자 > 윗부분에 계셨던 거네요.
☏ 목격자 >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바로 옆에 주점에서 음악 소리 엄청 컸고 그러다 보니까 앞쪽에 있는 소리를 못 들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진행자 > 생명의 위협을 느끼셨다고 하셨는데 그때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큰일 나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셨잖아요.
☏ 목격자 > 네.
☏ 진행자 >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셨어요?
☏ 목격자 > 그래서 탈출을 해야겠다고 본능적으로 생각을 했는데 앞뒤로 막혀서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던 커플이 오른쪽에 있던 주점의 울타리를 넘어가서 탈출하더라고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그렇게 안 하면 답이 없겠다 싶어서 커플들을 불렀는데 그분들도 경황이 없으셔서 빨리 가버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주점 울타리 안에 있던 광경을 보고 있던 외국인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한테도 아이를 받아달라고 외쳤고 그분이 아이를 받아준 다음에 저희 부부도 차례차례 울타리를 넘어서 그 주점으로 들어간 다음에 탈출했습니다.
☏ 진행자 > 겨우 넘어 가지고 골목을 빠져나오신 건데요. 뒤따라 나오신 분들도 있어요? 이렇게.
☏ 목격자 > 그때 저희가 울타리를 넘어갈 때만 해도 대부분 느낌이 이게 정말 사고가 날 거라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압박이 들어오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바로 옆에 골목이 있었고 거기로 빠져나갈 거라는 생각을 다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처럼 그렇게 울타리를 타고 나갔던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 진행자 > 일부 보도를 보면요. 주변 업소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던데 그때 현장에서 그런 느낌이 있으셨나요?
☏ 목격자 > 일단 제 생각에는 업소들이 문을 안 열어줬다기보다는 그런 사고가 발생할 거라는 걸 다들 몰랐기 때문에 그래서 문을 열어줄 생각도 안 했던 이유가 제가 탈출했던 그 주점도 클럽이랑 같이 하는 데였는데 웨이팅이 길었거든요. 그래서 출입할 때 밴드를 손목에 붙이고 들어가는 식으로 인원체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울타리로 들어갔을 때 거기 직원들이 들어오시면 안 된다고 나가라는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그때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 직원들은 자기의 일을 한 거죠.
☏ 진행자 > 선생님께서 이태원에 나오실 때쯤이 대략 시간이 얼마나 되셨어요? 언제셨어요, 시간이.
☏ 목격자 > 사고가 발생했던 메인스트리트에 진입했던 게 9시 반이었으니까 제가 울타리를 넘었을 때 시간을 제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게 한 10시쯤 됐을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이태원 나오실 때쯤에 참사가 벌어졌고 여러 가지 비극적인 소식을 들으셨을 텐데요. 정말 심정이 어떠셨어요?
☏ 목격자 > 솔직히 저는 그렇게 탈출을 했지만 그래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겠지라고 그래도 생각을 했거든요. 이태원은 예전에도 핼러윈 열릴 때 그렇게 사람이 많았던 적도 많다고 하고 어떻게든 그 골목을 다들 빠져나가겠지 라고 일단 생각을 했었는데 그 소식을 집에 오는 차량에서 조금씩 접했거든요. 진짜 정신적으로 충격이 너무 컸습니다. 저희도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드니까 그날 저녁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 진행자 > 제일 안타까운 점이 뭐라고 보세요? 지금.
☏ 목격자 > 우선 제가 갇혀 있을 때 좀 이해가 안 됐던 게 분명히 사고가 난 그 골목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할 것 같은데 당연히 막혀 있으면 그쪽으로 사람들이 나가서 이 붐빔이 좀 풀릴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막혀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사고가 났던 골목이 막혔을 때 조금의 인원 통제라도 막힌 부분 조금만 풀 수 있는 인원 통제라도 있었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지 않았을까.
☏ 진행자 > 정부와 지자체의 대처가 부족했다라고 생각하시는군요.
☏ 목격자 >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고요. 정말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태원 사고 현장에 계셨던 시민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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