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애플페이, 이번엔 진짜 온다
이번에는 진짜 나올까. 사람들이 두근거리며 애타게 기다리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아이폰 용 간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기에 도입 진위 여부를 따지며 와글거리는 커뮤니티 게시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애플페이 상륙 소식에 흥분하는 걸까.
간단하다. 애플페이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부족하게 여겼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지갑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없애준, 삼성 갤럭시의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비슷하다. 애플페이가 들어오면 갤럭시 사용자가 누리던 지갑 없는 자유를, 아이폰 사용자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뿐일까. 애플페이의 상륙은 한국 신용카드 및 간편 결제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애플페이를 쓸 수 있는 현대카드를 발급받는 사람이 늘어날 테니 말이다. 2020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 아이폰 이용자 비중은 약 18%다.
스마트폰 이용자를 5000만 명 정도로 잡으면 약 900만 명이 아이폰을 쓴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소비자 집단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페이에 정말 그런 힘이?
새로운 서비스도 아니다. 해외에서는 2014년에 정식 발표됐으니, 새롭기는커녕 꽤 오래된 서비스인 셈이다. 별다른 기능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주된 기능은 앞서 말했듯 아이폰을 이용한 온오프라인 결제 기능이다. 교통카드와 비슷하게 폰에 내장된 NFC(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을 사용한다. 거기에 덧붙여 일부 국가에선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하기도 하고, 미국에선 개인 간 송금에도 쓰지만 한국에선 이런 기능을 딱히 대단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다만 지금의 일상화된 이런 기능들을 대중화시킨 장본인은 분명 애플페이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말은 아니다. 애플페이 이전에 알리페이, 위챗페이는 물론 구글 월렛이 비슷한 기능을 제공했다. 애플페이는 강도가 높기로 잘 알려진 아이폰 보안 시스템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여러 신용카드 회사와 은행을 설득해 애플페이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더불어 결제 프로그램을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아닌 OS 자체에 집어넣어, 화면을 잠금 해제하지 않고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등록한 여러 신용카드 중에 쓰고 싶은 것을 골라 결제하는 등의 편리한 인터페이스 도입도 재빨랐다.
여기에 당시 구형 마그네틱 카드 결제를 대신할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 변경을 추진하고 있던 서구의 사정과 맞물렸다. 비접촉식 새로운 표준 카드 결제 단말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애플페이도 빠르게 확산했다. 현재는 세계 70여 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러시아에서는 최근 중단됨). 중국에서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2020년 기준 애플페이 사용자는 약 5억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한국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2가지다. 첫째는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의 보급률이 높지 않아서다. 다른 이유는 애플페이를 쓸 때마다 애플에 지불해야 하는 추가 수수료가 부담으로 작용해 한국 신용카드 회사들이 도입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여러 번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지난 8월부터 계약설, 카드사 이용약관 유출설 등이 돌면서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보이고 있다. 빠르면 12월부터, 어쩌면 이번엔 정말로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애플페이가 성공할 수 있을까.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애플페이는 미국 비접촉 결제 시장을 바꿨다. 애플페이 출시 때 비접촉 결제 가능한 점포는 약 3%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90%에 달한다. 뉴욕 전체 VISA 카드 결제의 45%가 비접촉으로 이뤄진다. 애플페이는 미국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결제 서비스다. 한국 아이폰 사용자의 열정을 고려하면, 애플페이는 도입과 함께 바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불편함이다. 앞서 말했듯 애플페이로 결제 가능한 단말기가 적다는 문제는 바뀌지 않았다. 교통카드로 쓸 수도 있다면 괜찮겠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열정으로 불편함을 견디겠지만, 이를 지속해서 감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불편하다면 애플페이는 찻잔 속의 태풍, 그저 그런 수많은 페이 중에 하나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반대로 성공한다면, 구글 월렛을 비롯해 삼성페이 NFC 버전 등 그동안 국내 출시를 포기했던 다른 간편 결제 서비스가 들어올 가능성도 열린다. 많은 이가 애플페이 도입을 눈여겨보는 이유에는 옛날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정체된 한국 시장에 긴장을 불어넣는 메기가 돼주길 바라는 마음도 존재한다. 이제는 정말로 편하게 쓸 수 있는 진정한 간편 결제 서비스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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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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