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는 좋은 '수단'…정부·기업간 상시 소통창구 필수"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대표적 바이오 융복합 분야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보다 빠르고 정밀한 진단부터 원격의료, AI신약개발 등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지난 2020년 1520억달러(약 216조원) 규모였던 전체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4040억달러(약 574조)로의 급성장이 전망된다. ICT 강점을 보유한 국내 역시 최근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융복합 산업 특성상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많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통한 육성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아직 불분명한 기준에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기업도 다수다. 전세계적 속도전 속 실전 무대 경험치를 쌓아야하는 국산 기술이 안방 규제에 묶여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27일 머니투데이와 만난 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회(디정위) 위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체적이고 세부적 사안의 개별적 해결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산업 육성을 위해 업계와 정부가 소통할 수 있는 법정위원회 형태의 공식적인 창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특정 산업과 관련된 법정위원회가 있다면 정부와 산업계가 큰 의제를 가지고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복지부의 공급자, 소비자, 공익위원이 모여 건강보험의 중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라며 "디지텔 헬스케어 영역이 신생이다 보니 그동안 존재감이 부족했지만, 최근 정부도 그 효용성에 인지한 만큼 체계적인 소통 창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산업법의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위원회와 같은 산업계의 의견이 전달될 수 있는 법정위원회 등 구심점이 필요하고, 이것이 원활한 산업육성과 규제개선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제도를 다루는 규제기관과 실무자들 조차 생소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공식적인 소통 채널이 업계와 정부 모두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는 "최근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관심 자체는 업계 입장에서 감사한 부분이지만 규제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며 "공식적인 소통 채널이 활성화 되면 정부가 업계 실상을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효율적인 제도 개선 등을 위한 이해도 측면에서 민간인 기업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단순한 민원인으로서 요구하는 것이 아닌 공생을 위한 창구 마련"이라고 말했다.
디정위는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 발전과 고도화를 위해 출범한 단체다. 정부와 국회, 의료계 등과 협력해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를 위한 정책·제도 개선 추진을 목표로 관련 기업인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벤처협회 주관하에 운영 중이다. 송승재 위원장도 호흡기 재활로 디지털치료제 확증 임상 진행 중인 라이프시맨틱스의 대표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 역시 위원회는 규제발굴 3차 위원회를 열어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건의사항을 수렴했다. 내달 과제선별 및 구체화 작업 마친 뒤, 제안집을 완성해 연내 관련부처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힌 대한의사협회가 대표적이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술 확산으로 의료 환경에 빠르고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절차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특히 최근 발의된 관련 법안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 현행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고, 산업 진흥을 국민 건강보다 앞세우는 정책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최근 국무총리 산하 디지털헬스케어정책심의위원회를 허용하고, 보건의료데이터 가명처리 범위·방법·절차 등을 법률로 규정해 빅데이터 연구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 등을 제도개선 절차 마련과 특화 규제샌드박스 제도 신설 등도 담긴 법안이다. 의협은 해당 법안에 대한 신중 검토의견을 취합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송승재 위원장은 이 같은 반대 의견이 디지털헬스케어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불필요한 갈등이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의료진의 의료행위를 침범하거나 대대적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닌 진단 정확도와 편의성을 높이고, 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방식의 다변화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며 일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진료가 잘 대변해 준다고 보고 있다. 앞선 우려 등에 반대를 겪던 디지털헬스케어의 정점 격인 비대면진료가 불가피 한 상황에 시행됐지만, 의료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닌 1500만건 이상의 효율적 진료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설명이다.
송 위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원활한 의료서비스와 보건행정 집행을 위한 보건의료분야 효율화 수단"이라며 "산업화를 위한 육성이 아니라 건보재정과 의료자원 효율화를 위한 필수적 도구로 보고 접근해 고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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