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4m의 가파른 내리막길…도미노처럼 쓰러졌다
해밀톤 인근 골목서 대규모 압사사고
대부분 20~30대…여성들 피해 더 커
“곳곳서 살려달라” “여자친구 잃었다”
‘좁은 골목 몰린 인파’ 사고 원인 지목
외국인 사망자는 12개국 20명으로 집계됐다. 국적은 중국·이란(각각 4명)·러시아(3명)·미국·프랑스·베트남·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카자흐스탄·스리랑카·태국·오스트리아(각각 1명) 등이다. 부상자는 중상 24명, 경상 769명으로 집계됐다.
희생자는 남성이 56명, 여성이 97명이다. 폭 4m 가량의 좁은 길에서 대량의 인파가 뒤엉키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고 힘이 약한 여성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세대별로는 20대가 78명으로 가장 많고, 30대 33명, 40대 2명, 10대 2명으로 조사됐다.
이번 참사는 29일 오후 10시 15분께 사고가 난 골목 일대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다수가 넘어지면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고, 사고 수습을 위해 소방 507명, 경창 1371명 등 2692명이 동원됐다.
목격자들이 전한 참사의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20대 남성 목격자는 “사람들이 점점 몰려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골목이 가득 찼다. 곳곳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다”며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는 20대 여성 목격자는 “친구와 골목에서 같이 넘어졌는데 친구를 잃어버리고 혼자 빠져나왔다. 골목 앞에서부터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20대 남성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떠밀리는 와중에 넘어지고 그 위로 사람이 깔리면서 복부, 흉부에 강한 압박을 받아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파뿐만 아니라 경사가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한 사람을 50kg 정도로 볼 때 100명이 있으면 5톤 정도가 된다”고 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가파르고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고가 벌어진 지점은 이태원동 해밀톤호텔의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 지하철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이어지는 폭 4m 내외, 길이 40m 가량의 비좁은 내리막길이었다. 워낙 사람이 많이 몰렸고 사람들이 뒤엉킨 탓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경찰도 구조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찰은 사망자 153명 가운데 141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족에게 통보 절차를 진행했다. 주민등록이 없는 17세 미만 내국인과 외국인의 신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망자에 대한 지문채취를 완료했으며, 지문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미성년자 등은 유전자(DNA) 대조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실종자 접수처는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 마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오늘부터 국가 최우선 과제를 이태원 참사 수습으로 둔다”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담화 발표 후 이태원 참사현장을 찾았으며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설치된 사고수습본부를 방문해 회의를 주재했다.
정부는 11월 5일 24시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서울시 내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방침이다. 또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한편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들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외국인 사상자에 대해서는 재외공관과 협의를 마친 후 지원을 할 예정이다. 지자체들은 예정된 지역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해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청은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 개인정보 유출 등 온라인상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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