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 현장 지나며 “홍대 가서 더 마실까”…의료진이 본 끔찍한 광경

김자아 기자 2022. 10. 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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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뉴스1

이태원 핼로윈 참사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RP)에 나섰던 한 의료진이 참혹했던 사고 상황을 전했다. 200여명의 사상자들이 길바닥에 눕혀져 CPR을 받는 상황을 직접 목격한 이 의료진은 사건 현장을 구경하던 사람들과 다음 술자리를 찾던 사람들을 가장 ‘끔찍하게’ 기억했다.

한 국립병원 소속 의사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3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태원 현장에서 끔찍했던 것’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어제(29일) 밤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CPR은 할 줄 아니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태원으로 갔다”며 “무딘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니 끔찍했다. 몇십미터 전방부터 구급차 소리에 울음소리에 아수라장(이었다)”고 운을 뗐다.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은 “도우러 온 의료진이고 CPR 할 수 있다”는 말에 작성자를 들여보내 줬다고 한다.

작성자가 직접 마주한 현장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바닥에 눕혀진 사상자들의 상태가 육안으로 봐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는 “내가 이 사람을 살릴 수 없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작성자는 “그 와중에 가장 끔찍했던 건 가지 않고 구경하는 구경꾼들”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앰뷸런스에 환자가 실려 떠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CPR 하려고 앰뷸런스 뒤에서 물 마시는데 지나가는 20대가 ‘아X 홍대가서 마저 마실까?’하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몸서리 쳐진다”고 했다.

작성자는 “아무리 CPR을 해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던 사람(을 보며) 무능한 의사가 된듯한 기분도 끔찍했지만 타인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다음 술자리를 찾던 그들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며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당 글엔 또 다른 의사 추정 네티즌의 댓글이 달렸다. 이 네티즌은 “난 거기 있다가 바로 (CPR)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를 느꼈다”며 “시체 사진 찍는 사람들 너무 많더라”고 했다. 이어 “여태까지 꽤 많은 죽음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충격이 크다. 가망 없는데도 옆에서 친구 좀 살려 달라고 울고불고 난리여서 그만 둘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에 작성자도 “사망한 분 얼굴이 안 잊힌다”고 공감했다.

한편 정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포함한 100명 규모의 통합심리지원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심리지원 대상자는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심리지원단은 부상자 입원 병원과 분향소 방문, 전화 등을 통해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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