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50구 옮겼다"…이태원 업소 직원이 본 끔찍한 현장

이상규 2022. 10. 3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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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태원 모 업소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지난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시신을 50구는 나른 것 같다고 당시 현장을 회상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건장한 체격인 A씨는 당시 쓰러진 사람들을 발견한 직후 경찰과 소방대원들을 도와 시신 옮기는 일을 도왔다. A씨는 업소 관계자와 행인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시신 수습과 인명 구조에 나섰다고 했다.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일손과 장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3.2m 폭에 불과한 경시진 골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겹겹이 깔려 있었다"며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 난 현장의 사고 전 상황으로 사람들이 밀려다닐 정도로 밀집된 모습이다. 2022.10.30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재난·재앙 장면이 눈앞의 현실이었다는 그는 "몇 시간 동안 시신을 계속 나르면서 '한 명 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려달라'는 소리에 달려가 그분을 꺼내드렸는데 정말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견된 인파에 비해 안전 대비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핼러윈 때마다 이태원에 왔는데 이날은 다른 때 보다 골목에 인파가 많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며 "통행만 제대로 통제됐다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0.30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실제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은 인파는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새벽시간대 구조대원들이 속속 도착하자 A씨도 자신이 일하는 업소로 돌아갔다.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던 손님들을 내보내고 정리를 한 뒤 아침 7시가 돼 집에 돌아온 A씨는 종일 참사 현장의 잔상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는 영웅담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은 A씨는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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