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전한 그날의 현장…"뒤에서 '밀어' 외쳤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누군가가 고의로 밀어 사고가 발생했다는 여러 목격담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현장의 목격자가 “네다섯 명 남성과 여성분이 ‘밀어라’ 이런 말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당시 인파 속에 끼어 있다가 주위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 A씨가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이태원 압사참사를 피한 생존자나 주변 목격자들 사이에서는 “밀어! 밀어!”라거나 “우리 쪽이 더 힘세 밀어” 등의 말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대열이 내리막길로 무너졌다는 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이에 경찰은 서울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뒤편 골목길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 영상을 다수 확보해 분석 중에 있다.
이어 그는 “뒤에서 ‘밀어, 밀어’ 이렇게 외치고 있으니 노랫소리도 크고 앞쪽에 있는 많은 분들은 ‘뒤로, 뒤로’를 못 들었던 것 같다”며 “엄청 가까이 있는 바로 옆 사람들과는 대화가 됐다. 그런데 바로 한 사람을 건너뛰면 대화가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사람들이 신나서 더 (소리를)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갇힌 지 30분 만에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A씨는 “(저는 골목) 옆쪽에 있었는데 위에서 손을 잡고 올라오라고 해서 구출됐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 의식을 잃어 눈에 초점이 없는 분이 있었고, 얼굴색도 변한 분도 있었다”며 “제가 본 건 여성 두 명, 남성 한 명이었다. 대로변으로 나와보니 구조된 분은 바닥에서 CPR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은 바닥에 CPR을 받는 사망자분, 그분들을 옮기는 소방관 분들이 많이 온 상황이었다”며 “거의 10~20명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일반인도 열심히 CPR을 하셨다. 친구인 것 같은 분은 ‘일어나’라고 하며 CPR을 하고 있었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거의 몸이 굳은 상태로 뻗어 있는 분들도 계셨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는 구급차의 진입조차 쉽지 않았던 것에 대해 A씨는 “진입은 엄청 어려웠다. (경찰이 비키라고 해도) 그것도 코스프레인 줄 알고 잘 안 비켜줬다”고 했다.
여기에 일부 시민들이 구조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영상이 공개돼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A씨는 이번 참사에 대해 “가게들의 너무 큰 노랫소리로 인한 현장 내 의사소통의 불편함, 좁은 도로의 특성상 사람이 몰리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상황 파악을 못 한 것, 마지막으로 뒤에서 앞으로 가기 위해 민 사람들이 (사고의)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A씨는 현재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회복하고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며 “저는 살아 나왔는데 많이 다치신 분들도 있고 사망하신 분들도 계셔서 마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 인명피해가 30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집계치인 전날 오후 11시 기준의 286명보다 17명 늘어난 수치다.
사망자 154명은 변동이 없다. 부상자 수가 132명에서 149명이 됐다. 부상자 중에서는 중상자가 3명 줄어든 33명, 경상자가 20명 늘어난 156명이다.
다만 당국은 중상자가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 사망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민정 (a203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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