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한쪽에선 CPR, 다른쪽에선 가무…현장의 재구성

“뒤로 가달라” 외침 무시하고 “밀어” 하고 밀어붙인 사람들 목격
희생 줄이려 CPR 진행한 시민들…애도하는 이태원 상인들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신상윤·김영철·박혜원 기자] # “도와주세요! CPR(심폐소생술) 할 수 있는 분 안 계십니까?” 10월 29일 자정 무렵,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좁은 오르막 골목에 다급한 절규가 터져나왔다. 차가운 길 위에는 숨이 꺼져가는 시민과 이미 사망해 모포로 덮인 시민이 놓여져,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고 현장 멀지 않은 곳에서는 여전히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 30일 이른 아침 사고 수습이 막 됐을 무렵, 사고 현장 인근 카페와 밥집은 술에 취한 사람들로 붐볐다. 전날 밤 사고가 무색하게 몇몇은 웃고 있었고 “시체를 봤다”며 웃음기 띤 얼굴로 당시 상황을 전화기 너머 누군가에게 자랑하듯 전하는 이도 있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의 모습은 ‘지옥도’나 다름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CPR를 하고 있는 시민 옆에서 술에 취해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뒤로 가달라는 희생자들의 간절한 외침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사람들을 봤다는 증언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31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한 사고 목격자는 “사고 발생 당시 사람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자 뒤에서 ‘밀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사고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뒤로 돌아갈 공간이 있었음에도 “제발 뒤로 가달라”는 경찰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사람들을 밀며 앞으로 전진하는 이들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해 CCTV 분석에 들어갔다.

또 다른 목격자 김모(28) 씨는 “CPR에도 지인의 정신이 돌아오지 않자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상황을 모르는지 그 옆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한 클럽 관계자가 살기 위해 클럽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막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상가는 한 명의 희생이라도 막기 위해 공간을 열어주고 다친 사람들에게 음료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복점 사장 나모(76) 씨는 “손주 5명 있는데 모두 10대다. 핼러윈이기도 하니 놀러오라고 하려다 말았는데 10대가 사망자 10대도 많다고 하니 아찔하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전인) 3년 전 핼러윈 때에는 차도에도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차량이 다녀 인도에 사람이 몰렸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발생 다음날 이태원 상가 상당수가 희생자를 애도하며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였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임모(62) 씨는 “문을 열려는 것이 아니다. 가게 앞이 너무 지저분해서 정리만 하려고 나왔다”며 “어수선하고 손님도 안 올 것 같다. 당분간 영업은 안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휴대전화가게를 운영하는 파키스탄 국적의 가리크(48) 씨는 “오전까지만 하고 문을 닫으려 한다”며 “모두에게 생명은 소중한데, 젊은 친구들이 이곳에서 이런 사고를 당해서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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