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가 돌아왔다…완성된 '중남미 핑크타이드 시즌2'

최서윤 기자 2022. 10. 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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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10년 재임 '핑크타이드' 견인했던 '좌파 대부'의 귀환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당선인이 지지자들과 취재진 앞에서 취임 후 다짐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상파울루=뉴스1) 최서윤 기자 = 30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7)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이 환호하고 있다. 룰라 당선인은 이날 선거 결과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와 우나수르(UNASUR·남미국가연합) 등 지역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21세기 초반 중남미 핑크타이드 절정 이끈 '대부'

룰라 전 대통령은 중남미 핑크타이드(좌파 물결) 전성기인 2003~2010년 재임, 공격적인 사회지출로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출하고 대외적으로도 좌파 정부들과 다각도로 협력하며 '좌파 대부'격으로 칭송받았다.

최근까지 유엔인권최고대표를 지낸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2006~2010), 우루과이 사상 첫 좌파 정권 창출 주역 타바레 바스케스 전 대통령(2005~2010), 아르헨티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2003~2007)·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2007~2015) 전 대통령(부부) 등이 그 시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미국 주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항해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4개 정회원국과 볼리비아·칠레·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 5개 준회원국 그리고 베네수엘라(2016년 자격 정지) 등이 합세해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를 출범시킨 것도 이 무렵이다.

1990년대 초 중남미 민주화 바람과 함께 시작된 좌파 정부 출범 물결은 룰라 재임 기간 절정을 이룬 뒤 조금씩 쇠퇴, 룰라의 2018년 수뢰 혐의 유죄 판결과 함께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룰라는 80%라는 높은 지지율로 물러나며 바통을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2011~2016년)에게 넘겼다. 호세프 전 대통령이 2016년 의회에서 탄핵 당하기까지 룰라가 창당한 노동자당 정권이 14년 이어진 셈이다.

이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경제 파탄과 우파의 반격 속 부정부패 의혹에 휘말린 노동자당은 그대로 몰락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룰라 전 대통령의 2018년 수뢰 유죄 판결을 취소하고 이날 그의 대통령직 복귀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산티아고에서 결선 투표 승리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중남미 다시 '좌향좌'…핑크타이드 '시즌2' 시너지

이제 중남미에 '두 번째 핑크타이드' 조건이 완전히 갖춰졌다는 평가다.

중남미에서는 2018년 출범한 △멕시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2019) △볼리비아 루이스 아르세(2020) 그리고 2021년 △페루 페드로 카스티요와 △칠레 가브리엘 보릭, 2020년 △온두라스 시오마라 카스트로와 △콜롬비아 구스타보 페트로 정부 등 주요국에서 속속 다시 좌파 물결이 재현하고 있다.

일례로 룰라의 취임 후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재임 기간 개발에만 몰두해 훼손된 아마존 열대 우림과 그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을 되돌리는 것이다. 아마존을 맞댄 콜롬비아에서도 올해 6월 당선한 페트로 대통령이 같은 과제를 내세우고 있어 협력 효과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다시 고립된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쿠바 미겔 디아스카넬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3대 반미국가 정부와의 가교 역할도 예상된다.

이처럼 '두 번째 핑크타이드'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 조각 룰라의 복귀가 이날 확정되면서 흔들렸던 지역 통합과 협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형성된 모습이다.

칠레 메가메디아의 안드레아 아리스테기(43) 기자는 룰라가 당선하면 보리치 현 정부와의 강력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중남미 취재진 높은 관심…"강력한 지역 통합·협력 기대"

앞서 이날 룰라 당선인의 투표소인 상파울루 외곽 상페르난드두캄푸 공립초등학교 에스쿠엘라 플로렌시아에는 중남미 지역 유수의 언론사들이 총출동, 룰라의 복귀를 집중 취재했다.

이 중 멕시코 카날14 방송 클라우디아 마르티네스(38) 기자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줄여서 '암로') 정부가 좌파이기 때문에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좌파정부 양국간, 중남미 통합이 강화될 수 있다"며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최근 중남미 지역에 완연한 좌파 정부 출범 바람 첫 시작점이 바로 2018년 집권한 멕시코 암로 정부다.

마르티네스는 "(지역 내) 경제, 국제관계, 무역 등 협력분야도 많고, 중남미 자체 통합기구인 '우나수르(UNASUR·남미국가연합)'나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같은 기구들이 다시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 룰라 당선 여부에 아주 관심이 높다"고 부연했다.

과거 룰라 정부 시절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를 주축으로 유럽연합(EU) 같은 통합을 꿈꾸며 좌파 국가들 간 창설한 우나수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9년 브라질의 공식 탈퇴로 유야무야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나수르를 탈퇴하면서, 남미 지역 친미 우파 국가 모임인 프로수르(PROSUR)를 출범, 중남미 좌파 연대 와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최근 인근 국가에 다시 좌파 정부가 속속 출범하면서 우나수르 재활성화 목소리가 커져 왔다.

30일(현지시간)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투표소인 상파울루 외곽 상베르나르드두캄푸 공립초등학교 '에스쿠엘라 플로렌시아'에 투표 한 시간 전부터 취재진이 줄을 선 가운데 아르헨티나 크로니카TV에서 관련해 방송 리포트를 제작하고 있다. 2022. 10. 31. ⓒ News1 최서윤 기자

아르헨티나 카날9 방송 누엘리아 그리헤라(43) 기자는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라 이번 선거 결과가 너무나 중요하다"며 "룰라가 되면 지역 통합이 강화될 것으로 믿어 특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공영방송(TV Pública)의 플로렌시아 로드리게스(36) 기자는 "보우소나루 정부 때 브라질은 너무 고립됐었다"며 "현재 중남미 국가들은 물론 미국도, 유럽도 사실상 룰라의 당선을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룰라가 당선하면 무역이 활성화 될 걸로 믿는다"며 "아르헨티나가 내년에 대선이 있어서 정권이 바뀔 수도 있지만, 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가 좌파 정부이기 때문에 일단은 협력 강화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칠레 메가메디아의 안드레아 아리스테기(43) 기자는 "브라질은 원래 중남미에서 아주 중요한 국가라 늘 브라질 대선이 큰 관심사이지만, 올해 대선은 칠레의 현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가 사회주의 좌파 계열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우소나루 정부는 칠레 현 정부와 이념적으로도 상당히 거리가 있고 협력이 쉽지 않다"며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하면 기후변화나 사회 정책 등 보리치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게 아주 많기 때문에 특히 이번 대선을 통한 룰라의 복귀 여부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룰라 당선인은 이날 승리 결과 발표 뒤 상파울루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취재진과 지지자들 앞에서 취임 후 다짐 등을 담은 연설을 하면서, 우나수르와 메르코수르를 다시 활성화시키고 지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 신뢰를 회복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브라질에 다시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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