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제작사가 만든 극한 휴먼다큐, 무엇이 다른가
기사내용 요약
산악인 김영미의 남극점 도전기
'화이트아웃' 5대 포인트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철의 여인'으로 통하는 산악인 김영미 대장(42·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이 아시아 여성 처음으로 단독·무보급 남극점 도달에 나선다. 다음달 9일 출국, 45일에 걸친 장도에 오른다. 김 대장의 극한 탐험기는 내년 상반기 방송예정인 다큐멘터리 '화이트아웃'(가제)에 담긴다. 남극 테마 기존 다큐의 감동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남극 관련 다큐는 김 대장의 화이트아웃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자신한다.
김영미, 한국 산악계 희망
김 대장은 '박영석 사단' 중 유일하게 탐험을 이어가고 있는 산악인이다. 박영석(1963~2011) 대장의 후배 대부분은 히말라야 원정 중 불의의 사고로 산악계를 떠났다. 박 대장의 신념인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를 따르는 산악인은 김 대장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김 대장은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뒤따라가는 정도다. 나는 그저 나의 길을 갈 뿐"이라고 했다.
남극, 불모지와 황홀경의 공존
김 대장은 도전을 앞두고 제육볶음을 동결 건조했다. 남극에서 눈을 녹인 물로 끓여 먹기로 했다. 김 대장이 남극점으로 향하는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는 남극의 여름에 해당한다. 김 대장의 서바이벌 현장은 가혹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남극은 그 자체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김 대장은 "남극은 마치 지구상에서 느낄 수 있는 우주와 같은 공간"이라고 했다.
김 대장이 직접 촬영, 날것의 남극을 4K UHD로 생생하게 담는다.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정상의 증거는 신만이 아는가'와 드라마 '모범택시'를 만든 박준우 PD가 연출한다. 김 대장은 눈보라에 파묻힌 채 100㎏에 달하는 썰매를 끌면서 영하 20~30도 혹한 속에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뭍인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혼란스러운 백야에서 잠을 청하는 하루하루가 담길 예정이다.
여성 첫 단독·무보급 남극점 도전
그동안 홀로 남극점을 밟은 여성은 총 17명이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스페인, 스웨덴 출신 1명과 영국 출신 9명이다. 이들 중 무보급, 즉 중간에 식량이나 물자를 지원받지 않은 채 남극점에 도달한 여성은 10명뿐이다. 아시아 여성이 혼자, 보급 없이 남극점 원정에 오른 사례는 전무하다. 김 대장은 최장 2개월 동안 혹한과 눈보라를 뚫고 1130㎞를 답파해야 한다. 남극점으로 가는 길은 평지도, 흙길도 아니다. 2835m 높이 눈 덮인 산을 걸어서 남극점에 올라서야 하는 최악의 자연환경이다. 김 대장은 광활한 남극의 땅을 밟고 정면으로 불어오는 맞바람에 맞서 45일을 홀로 걸어야 한다. 한국 산악인 중에서는 박 대장과 허영호 대장이 2회씩 4명 이상으로 팀을 이뤄 남극점을 도달했다.
강인한 여성, 극복의 메시지
김 대장은 2003년 히말라야 등반을 시작해 2008년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이후 국내 최연소 7대륙 최고봉 완등 기록을 세웠다. 2013년에는 알파인 스타일로 히말라야 암푸 1봉(6840m) 세계 초등을 이뤄냈다. 2017년에는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723㎞를 혼자서 걸어 건넜다. 김 대장에게 이번 남극은 40대로 접어든 인생 중반부의 목표이자 동력원이다. 20대에는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 '수직의 세계'에 집착했다. 불혹의 나이에 이른 현시점, 시야를 더욱 넓혀 '수평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
김 대장은 1년6개월을 자신과 싸웠다. 러시아 아무르강과 노르웨이에서 맨몸으로 썰매를 끌었다. 타이어를 몸에 묶고 뛰며, 산을 올랐다. 강원도 소양강변에 텐트를 치고 얼음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김 대장은 "이번 원정은 체력이나 정신력에 있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 될 것"이라며 "얼음 사막 위에서 내딛게 될 한걸음의 용기를 응원해주길 바란다. 나 또한 당신들의 한 걸음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남북분단과 닮은꼴에서 백두대간 완주 꿈꾸다
우리나라 남단 이어도부터 북한의 가장 끝인 백두산까지 직선으로 1130㎞, 허큘리스 인렛에서 남극점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해발 2744m 백두산은 2835m인 남극점과 비슷한 높이다. 남극의 비무장지대 격인 남극점은 그래도 갈 수 있다.
이 땅의 비무장지대에는 그러나 못 간다. 20년 전 김 대장은 한반도 남쪽의 백두대간 약 700㎞를 50일 동안 종주했다. 백두산으로 연결된 북녘의 백두대간을 완주하는 것이 소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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