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위한 중전의 치맛바람… 김혜수의 ‘조선판 SKY캐슬’

안진용 기자 2022. 10. 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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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가 한 이불을 덮고 있다.

한 중년 여성이 들이닥쳐 남성을 빼낸 후, 뾰족한 비녀를 뽑아 이불 속 여성에게 들이댄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이기 때문이다.

화령에겐 누가 봐도 왕이 될 상인 든든한 세자가 있지만, 세자가 갑자기 혈허궐 증세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후궁의 자식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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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의 중전 화령(오른쪽)은 왕자들을 공부시키는 데 여념이 없는 열혈 엄마다. 기존 사극 속 여성 캐릭터가 주변 인물에 그치는 것과는 차별화된다.

■ tvN ‘슈룹’ 시청률 11.3% 인기

궁궐내 여성중심 서사 퓨전사극

왕자 영양제 챙기고 과외도 시켜

젊은 남녀가 한 이불을 덮고 있다. 한 중년 여성이 들이닥쳐 남성을 빼낸 후, 뾰족한 비녀를 뽑아 이불 속 여성에게 들이댄다. “대체 누구신데 이렇게 무례하신 겁니까?”라고 묻는 젊은 여성에게 중년 여성은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마음먹고 미치면, 그 미친 짓도 마음먹은 대로 되는 사람.” tvN 드라마 ‘슈룹’의 주인공 화령(김혜수 분)이다. 그리고 그는 조선의 국모, 중전이다.

‘슈룹’ 속 중전은 기존 사극 속 중전과 다른 길을 간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이기 때문이다. ‘슈룹’이 ‘조선판 SKY캐슬’이라 불리는 이유다.

‘슈룹’은 상상력을 가미한 ‘퓨전’ 사극이다. 그 덕분에 역사 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운 화령은 세자를 포함한 다섯 아들을 공부시키기 바쁘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참 그럴싸하다. 화령의 낭군이자 현재 조선의 왕인 이호(최원영 분)가 서자 출신인 탓이다. 화령에겐 누가 봐도 왕이 될 상인 든든한 세자가 있지만, 세자가 갑자기 혈허궐 증세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후궁의 자식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때마침 세자의 교육을 맡는 시강원에서 세자와 함께 공부할 배동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하자 후궁들은 호시탐탐 이 자리를 노린다. 세자가 세상을 떠나면 배동이 차기 왕세자 서열 1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통을 이어받은 자가 왕에 오르는 것이 이치이지만, 정작 조선왕조 500년 역사 중 장자 계승 사례는 8명뿐임을 고려할 때, 실제 중전과 후궁들의 치맛바람은 ‘슈룹’ 이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슈룹’은 사극 속 부수적 존재로 그치던 여성들에게 색다른 서사를 부여했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여인천하’와 ‘장희빈’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특히 화령과 대비(김해숙 분) 간 파열음은 세차다. 후궁 출신으로 서자인 이호를 왕위에 오르게 하고 대비 자리를 꿰찬 대비는 뭇 후궁들에게 신적인 존재다. 그 비결을 배우려 후궁들이 줄을 선다. 적통을 잇는 세자의 어미인 화령만이 궁궐 안에서 고립무원이다. 그들은 영양제를 먹이고, 과외 선생을 붙이는 등 각자의 방식대로 왕자들을 챙긴다. 화령 역시 여색에 빠진 왕자를 다그치고, 늦잠 자는 왕자를 깨우고 지각 직전에 공부방에 넣는다. ‘SKY캐슬’이 보여준 대치동식 교육 뺨친다.

왜 제목이 ‘슈룹’일까?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1회에서 화령은 세자를 살릴 방도를 찾기 위해 과거 혈허궐로 세자를 잃은 아픔이 있는 폐비 윤씨를 찾아간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윤씨를 만난 화령은 우산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으며 “왕세자를 지키지 못한 삶을 마마께서는 잘 알지 않으시나. 절박한 어미에게 뭐라도 해주실 말씀이 없겠나”라고 간청한다. 자식들을 위해 비바람을 막는 우산 역할을 해주고, 빗줄기가 더 거세지면 대신 그 비를 맞겠다는 어미의 심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런 화령을 변화무쌍하게 연기하는 김혜수의 호연에 힘입어 ‘슈룹’은 6회 만에 전국 시청률 11.3%(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았다. 다만 ‘슈룹’의 또 다른 주인공인 왕자 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은 아쉽다. 김혜수, 김해숙이 진두지휘하는 쌍두마차를 뒤에서 밀지 못하고 위에 올라타 부담을 더한 모양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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