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디바’ 10년만의 무대 복귀 … “내 마음을 별들은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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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를 걷다가 아이돌 가수의 생일축하광고와 마주쳤다.
별들의 집단실종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헤아려보면 시야에 안 잡힐 뿐이지 별은 모두 제자리에 있다.
"저 숱한 별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한때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박수를 받았지만 적어도 상처받으며 이별하지 않을 준비는 미리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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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패티김 ‘별들에게 물어봐’
지하도를 걷다가 아이돌 가수의 생일축하광고와 마주쳤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문구가 대형사진과 함께 시야에 잡힌다. 멈춰선 시민들의 표정을 관찰해본다. “저 친구 참 복도 많네.”
한편에선 다른 반응도 읽힌다. “이 사람들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음악동네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둘 다 정답과는 거리가 있다. 스타라서 행복한 건 아니고 팬들도 한가해서 광고판에 돈을 쓴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 뭐냐. 이정선의 노래 ‘외로운 사람들’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어쩌다 어렵게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객석은 어둡고 무대는 환하지만 고독하긴 마찬가지다. 관객은 비교하고 가수는 비교당한다. 지하 계단을 걸어 나와 밤하늘을 보니 예전에 그 많던 별이 하나도 없다. 별들의 집단실종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헤아려보면 시야에 안 잡힐 뿐이지 별은 모두 제자리에 있다. 짓궂은 미세먼지 속에서도 동심은 별을 품고 꿈을 키운다. ‘내가 잠이 들면은 저 별도 잠을 잘까/ 아침에 일어나면 또 사라져 있겠지/ 그래도 밤이 오면은 날 찾아올 거야’(산울림 ‘내 별은 어느 걸까’ 중).
하늘의 별은 숨바꼭질을 하지만 지상의 별은 누군가의 가슴에서 등대역할을 한다. ‘아름다운 그대 모습은 매일 꿈만 같아요/ 밤하늘의 별처럼 빛이 나요’(멜로망스 ‘해피 송’ 중) ‘저 멀리 반짝이다 아련히 멀어져 가는 너는 작은 별 같아’(잔나비 ‘가을밤에 든 생각’ 중). 그래서 별은 분주한 낮이 아니라 적막한 밤에 어울린다. 알퐁스 도데(1840∼1897)는 일찍이 소설 ‘별’의 마지막 장면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이 만나는 풍경의 세부를 동화처럼 펼쳐 보인 바 있다. “저 숱한 별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잠을 깨도 꿈은 깨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팬들이 스타를 버리는 가장 일반적인 행태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언제까지 당신 곁에 나를 버리고 살 것’(패티김 ‘못 잊어’ 중) 같던 팬들도 시간의 여울목에서 하나둘 광고판 교체하듯 대상을 바꾼다. 애당초 스타는 팬들에게 일편단심을 기대하거나 요구할 수 없는 존재다. ‘세월 가버렸다고 이젠 나를 잊고서 멀리멀리 떠나가는가’(여진 ‘그리움만 쌓이네’ 중).
외로움도 쌓이고 그리움도 쌓인다. 쌓인 것들은 무너지기 쉽다. 결국 살아남기 위한 스타의 변신도 자유, 향기를 찾아 이동하는 팬들의 변심도 자유다. 무대에 선 사람은 사랑도 받고 상처도 받는다. 한때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박수를 받았지만 적어도 상처받으며 이별하지 않을 준비는 미리 하는 게 낫다. 2012년에 ‘가을을 남기고 떠난’ 가수 패티김이 10년 만에 ‘불후의 명곡’(KBS2TV) 무대로 돌아온다.(11.19·11.26·12.3 방송) 재능이 남아 있는 가수의 은퇴는 팬들에겐 언제라도 귀환의 예고편이다. 완전한 컴백이냐 아니냐는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가수의 열정보다는 팬들의 열의가 결정할 문제니까.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한 당신을 좋아해’(패티김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중) 줬던 팬들에겐 축제기간이 될 것이다. 10년을 기다려온 열혈팬들은 아마 이 노래로 화답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까닭에 다 타버린 내 마음을/ 별들은 알고 있어 별들은 알고 있어/ 사모하는 까닭에 울어버린 내 마음을’(패티김 ‘별들에게 물어봐’ 중). 신인들에게 덕담할 때 ‘오늘은 최선 내일은 최고’라고 써준다. ‘가요 톱10’이나 ‘10대가수가요제’에서 패티김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걸 감안하면 최선, 최고도 좋지만 최후에 웃는 무대가 가장 멋있는 것 같다.
작가 · 프로듀서 ·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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