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 '선거권 보장' 없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선거의 4대 원칙이 있습니다. 보통 선거, 평등 선거, 직접 선거, 비밀 선거로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민주 정치의 기본 원칙입니다. 여기서 보통 선거(Universal Suffrage)는 국민으로서 정해진 나이가 되면 성별이나 신분, 빈부 등 조건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권을 주는 제도입니다.
선거권 보장 없는 '미국 헌법'
<Does the Constitution Guarantee a Right to Vote? The Answer May Surprise You : 헌법은 투표권을 보장하고 있는가? 그 답은 아마도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제목에서 눈치채셨겠지만 현대 민주주의 체제, 특히 대통령제를 탄생시킨 미국이건만 그 헌법은 <Americans have a right to vote : 미국 국민은 투표권을 갖는다>라는 걸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헌법에는 없지만 미국은 건국 이후 꾸준히 법적인 투표권을 확대해왔습니다. 이에 앞장선 건 법원과 의회였습니다. 1965년 투표권법(the Voting Rights Act of 1965), 투표세를 불법화한 하퍼 대 버지니아 선거위원회 1966년 대법원 판례(the 1966 Supreme Court case, Harper v. Virginia Board of Elections) 등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이 양도할 수 없는 투표권이라 보고 있는 건 사실 수십 년에 걸친 법원 판결과 입법적 산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산=책임성"…'보통선거'에 대한 의구심
당시 부유한 계층이었던 이 헌법 제정자들은 자신들처럼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 투표권을 부여하기를 원했습니다. '무식한 사람이나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은 공공의 이익에 있어 신뢰를 받기 어렵다'(the ignorant and the dependent can be as little trusted with the public interest)거나 '빈곤계층은 포퓰리즘에 흔들릴 수 있다'(the poorer classes would be swayed by populist appeals)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산가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미국 헌법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미 많은 주에서 지주(landholders)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참정권을 확대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부여한 참정권을 박탈할 경우 헌법 제정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 유권자 대부분이 기본권이라 믿고 있는 대통령 선출권은 미 헌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입법을 통해 대통령 선거인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에서도 언제든 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는 겁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민주주의 역시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유권자로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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