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 문경 · 예천에 ‘디지털 농업타운’ … 청년들 돌아오게 할 것”

박천학 기자 2022. 10. 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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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24일 도청 본관 앞 회랑에서 도정을 설명하며 앞을 가리키고 있다. 김동훈 기자
이철우 경북지사. 김동훈 기자

■ 민선 8기 시도지사에 듣는다 - 이철우 경북지사

마을 전체를 영농조합법인으로

안정적 수익창출 ‘농업 대전환’

경북형 메타버스 거점 5곳 구축

가상도민 1000만명 유치할 것

지방시대 열고 ‘수도권 病’ 극복

시도협의회장 맡아 정책 연구

안동=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이철우 경북지사는 3선 국회의원 출신에 재선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이다. 그는 올 8월부터 임기 1년의 제16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중앙정계에서 활동하며 ‘국회지방살리기 포럼’을 창립하고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고 줄곧 강조했다. 일찌감치 고사 위기에 몰린 절박한 지방 현실을 인식하고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난 24일 경북도청 접견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소멸의 근본 원인은 수도권 중심의 국가발전전략과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서울 로망, 즉 수도권병(病)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문화·예술·의료·교육 등 지방을 권역별로 수도권처럼 만들어야 경쟁이 되고 기업과 사람이 유입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지방에 투자를 아낌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병이라고 한 이유는.

“단지 전국 국토 면적의 11.8%에 절반이 넘는 인구가 몰려있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72%, 시가총액 기준으로 기업의 86%가 수도권에 있다. 사람과 돈의 수도권 집중은 수도권 불패신화를 만들었다. 이렇다 보니 매년 지방에서 10만 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간다. 이를 바꾸려면 지방시대를 열어 청년들이 지방으로 유턴하고 머물도록 하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지방위기 극복을 위해 경북도가 추진하는 농업 대전환도 청년 유입 정책인가.

“기존 소규모 농업과 생산공간의 농촌으로는 경쟁력 있는 농업과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농업은 첨단산업으로, 농촌은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특히 농업의 디지털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래야만 농촌에 젊은 청년이 오고 소멸 위기도 극복한다. 구미·문경시, 예천군에 내년부터 ‘경북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을 조성한다. 이는 마을 전체를 하나의 영농조합법인 또는 농업회사법인으로 만들어 스마트팜 등 첨단농업의 구심점이 되도록 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농촌마을 개념이다. 1970년대 녹색혁명과 새마을운동이 한반도의 기나긴 굶주림을 끊어낸 대전환의 사례라면, 이러한 농업 대전환은 미래 청년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물려주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상주시에 있는 스마트팜을 방문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지방위기 극복을 위한 농업 대전환 정책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윤 대통령과 농촌에 청년이 오도록 농업을 디지털화하고 농민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의견을 나눴다.

―경북이 주도하는 ‘지방시대’도 자주 강조하고 있는데.

“민선 8기 취임 이후 ‘인수위원회’ 대신 ‘지방시대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경북을 대한민국 신산업 혁신기지, 차세대 청정에너지 글로벌 벨트, 문화예술관광 르네상스, 이웃과 일자리가 함께하는 동행복지, 도민이 체감하는 민생경제 회복, 새 시대를 주도하는 경북형 플랫폼 정부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과제를 발굴하며 추진도 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지방시대를 주도하고 세계적으로도 메타버스 선도 지역으로 발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인문과 디지털이 융합된 경북형 메타버스 특화사업으로 한류 메타버스 거점 조성과 글로벌 메타버스 혁신 특구 조성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오는 2026년까지 메타버스 육성 거점을 5곳에 구축하고 연구·개발(R&D) 콘텐츠 개발, 마케팅·인증·실증 등 기업 지원, 크리에이터 등 인력 양성, 가상도민 1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16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이 된 지 약 3개월이 됐다. 역시 지방시대를 제대로 열기 위한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 같다.

“지방시대는 국가적 과제다. 중앙정부는 정책만 결정하고 실행은 지방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할 중요한 역할은 중앙지방협력회의와 지방시대위원회의 활동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내가 제안했다. 국회의원 시절 발의했던 것으로 올해 처음 시행됐다. 지방을 위한 협의회인 만큼 운영을 온전히 중앙부처에 맡겨선 안 된다. 시도협의회를 통한 정책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정책연구에 투자를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지방을 살리기 위해 세금 중 일부를 고향에 내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방소멸 위기와 지방재정 악화라는 두 가지 고민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발의했던 법안은 ‘고향사랑기부제’로 변경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을 살리는 마중물이라고 보는가.

“이 제도는 개인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고 돈을 내야 한다.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기부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발표하게 되고 경쟁하게 된다. 부작용이 매우 많을 것 같다. 실적 싸움이 돼 국민은 지친다. 세금 가운데 일부를 고향에 내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맞았다고 본다. 국회의원 시절 발의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반대했다.”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오는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건설 방안을 두고 말들이 있었다.

“핵심은 군 공항 건설방식으로 대구시가 특별법 제정으로 국비로 건설할 것을 주장한 반면, 도는 기존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라 신속히 건설하는 것이었다. 민간공항은 원래 국토교통부가 국비로 건설하는 것으로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양 시·도는 투트랙 전략에 합의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신속하게 공항을 건설하는 동시에 공항 배후단지, 연계 교통망 등에 대한 정부의 포괄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을 규정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정책으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천지 1·2호기 백지화에 따른 경북지역의 피해가 총 28조 원이나 된다는 분석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육성정책을 펴고 있다.

“현 정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필두로 지역 원자력 산업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 원자력 시장은 지각 변동 중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이다. 경주에 혁신형 SMR 개발을 담당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현재 건설 중이다. 지난 정부에서 군사작전 하듯 유치했다. 극지나 우주 등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것이다.”

―향후 정치 여정은.

“항상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다음 길은 주변에서 열어준다고 본다. 어느 순간이 되면 ‘단체장 한 번 더해라 혹은 그만해라’라고 주변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은 재선 단체장이 된 지 4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 도정에 전력하고 있다.”

■ 李 지사는 …

국정원 20년 근무 · 3선 의원 … 4년째 오전 7시 20분에 공부 모임

이철우 경북지사의 하루 업무는 전날 오후 10시부터 시작된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도청 부근 천 년 숲 황톳길을 걸으면서 업무를 구상한다. 천 년 숲길은 도청 앞 새마을광장에서 원당지 구간 왕복 5㎞로 꽤 긴 편이다. 그는 “고요한 시간 업무를 미리 챙기고 건강을 다지기에 딱 좋은 코스”라고 말한다. 이곳은 직원들과 주민들도 자주 이용한다.

그는 공무원들의 공부 분위기 조성에 열정적이다.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20분부터 8시 50분까지 열리는 공부 모임 ‘화공 굿모닝 특강’으로 공무원들이 정책 아이디어를 얻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 특강에는 각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초청된다. 4차 산업혁명, 미세먼지, 지방 소멸 등 미래 산업과 환경·인구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강의한다. 여기서 나온 대표적인 정책이 1조 원의 경제 유발효과를 낳는 것으로 추산하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수도 경북’이다. 2018년 11월부터 시작된 특강은 지난 25일이 187회째였다. 이 지사는 “아는 자가 시대를 이끌어간다”며 “그래서 공무원 모두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의전과 격식보다 실용성을 중시하고 점퍼와 운동화 차림을 선호하며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공적이든 사적이든 전화나 문자를 주면 언제든지 답변한다.

그는 교직 생활을 하다 국가정보원에 입사해 20여 년 동안 일하며 국장까지 지냈다. 2005년 12월 이의근 전 경북지사의 제의로 국정원에서 퇴직하고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맡았다. 이후 2년 1개월 동안 민선 3∼4기 정무부지사를 지내며 기업유치 등에 힘썼다. 당시 그가 근무하던 중 단체장이 김관용 지사로 바뀌어도 자리를 지킬 정도로 역할이 대단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향인 경북 김천 지역구에 한나라당 후보로 전략 공천돼 당선됐다. 그 뒤 19∼20대 의원으로 내리 당선돼 ‘3선 의원’이 됐다. 이후 2018년 4월 자유한국당 경선을 치러 경북지사 후보로 확정됐고 2개월 뒤 민선 7기 경북지사에 당선됐다. 이 지사는 지난 6월 1일 치러진 8회 지방선거에서 77.95%의 득표율로 재선됐다. 당시 경쟁자가 없어 이 지사는 경선 없이 국민의힘 후보가 됐다. 그만큼 도정에 대한 도민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1955년생(경북 김천) △국가정보원 국장 △경북도 정무부지사 △18·19·20대 국회의원 △민선 7·8기 경북지사 △제16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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