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현 간학회 이사장 "국가정책 차원의 C형간염 조기진단 사업 시급하다"
■경향신문-대한간학회 ‘C형간염’ 공동기획(6·끝)
■숨은 환자 조기에 발견, 치료·전파 방지에 기여
■B형·C형간염 퇴치 전략 질병청과 함께 추진 중
간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세포에 염증 반응이 생기는데 이를 바이러스성 간염이라고 한다. 간염에 대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간 조직이 딱딱하게 변하는 간섬유화가 진행된다. 간섬유화가 심해져 간이 계속 딱딱해지면 점차 간 기능이 상실되는 간경변(간경화) 단계를 거쳐 상당수가 간암으로 진행된다.
A형과 B형 간염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C형은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없다. 다행히 C형 간염은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며, 간단한 혈액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건강검진 항목에 C형 간염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특별한 자각 증상도 없어 조기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대한간학회는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선별검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배시현 대한간학회 이사장(58·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난 2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간경변(간경화)이나 간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는 C형간염을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치료까지 이루어지려면 정책적인 차원에서 C형간염 조기진단 사업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경향신문이 간학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지면 기획시리즈(완치! C형간염)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학회 이사장으로서 어떤 부분에 주력하고 계십니까.
“학회 모든 업무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 조정하는 게 이사장의 역할입니다. 학술, 간행, 연구기획, 교육, 재무, 보험, 의료정책, 전산, 홍보, 섭외, 진료가이드라인 위원회의 모든 업무를 승인하고 진행합니다. 특히 국민 간 건강을 위한 홍보와 의료정책 제안은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C형간염 예방과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직까지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백신이 없기 때문에 C형 간염의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속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의료기관 및 고위험군에서 노출 위험을 낮추는 것이 최선입니다. 또한 환자 관리에 힘써 추가 전파를 막는 것이 중요해요. 국내 추정되는 C형간염 환자는 30만명 이상인 반면 간염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2019년 의료기관에서 확진 검사를 통해 C형간염이 진단된 환자 중 실제로 치료까지 이어지는 환자는 약 절반을 상회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는 C형간염을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치료까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C형간염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정책적인 차원에서 C형간염 조기진단 사업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C형감염 정복 국가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가 검진프로그램이 있는 국가는 3개국(대만, 일본, 이집트)으로 확인되며, 국가 주도의 검진프로그램이 없는 국가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각 국가의 예방위원회 또는 학회 등에서는 모든 성인에게 일생에 한 번 이상 HCV(C형간염바이러스) 선별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2020년 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청의 C형간염 시범사업에서의 결과를 보면, 고위험군만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은 평생 1회 모든 국민에게 시행한 경우와 비교하여 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C형간염 검진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평생 1회의 C형간염 항체검사 국가검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C형간염 정복 프로젝트에서 간학회의 역할은.
“대한간학회는 질병관리청과 2020년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과 2021년 바이러스 간염에 대한 정책연구용역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와 전문가단체가 함께 간염 퇴치를 위한 준비를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본 사업의 결과를 정리하여 2023년 C형간염 항체검사를 국가검진 항목에 올리기 위하여 근거를 창출하는 중입니다.”
―C형간염 정복을 위해 국가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는 C형간염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중요합니다. 이는 국민들에게 C형간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스스로 예방하고 검사를 받게 함으로써 이 질환에 걸리지 않게 하는 노력입니다. 이번에 경향신문에서 대한간학회와 ‘완치, C형간염’ 지면기획시리즈를 6회(이번 인터뷰 포함), 6주 동안 게재함으로써 국민의 인식과 국가사회적인 여론 공감대 및 정책 방향에 큰 기여를 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로는 세계적으로 C형간염퇴치라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발맞추어 정부가 국내 C형간염 박멸을 위하여 C형간염 항체검사 국가검진 도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를 도입함으로써 숨어있는 환자를 찾아내어 추가전파를 차단하고 진행성 간질환으로의 진행을 억제하여 국민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질환 분야 연구 및 임상의 최근 발전상은 어떻습니까.
“최근 국내 연구자들에 의한 간질환 연구의 업적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대한간학회 공식 학술지(CLINICAL & MOLECULAR HEPATOLOGY)가 공식 영향력지수(Impact Factor) 8.337로 10점에 근접하고 있어요. 간질환 치료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나라에서 그 기술을 배우러 오는 상황으로 도약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민간부문에서의 노력이 대부분 기여한 것으로 생각되며, 이러한 민간의료자원을 국가적으로 잘 활용하여 국민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대안이 만들어 지기를 기원합니다.”
―학회의 비전과 발전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국민건강 캠페인 등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대한간학회의 미션은 ‘인류 간건강을 위해 미래의료를 선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입니다. 연구와 학술, 교육, 의료정책, 보험과 홍보 업무를 통하여 간 건강 증진을 위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학회의 비전이고요. 국민건강 캠패인은 ‘간의 날’인 10월 20일을 기념하여 신문과 방송, SNS 등을 통해 간질환에 대한 국민홍보, 그리고 기자간담회 및 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했습니다. 간의 날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전국민에게 간질환에 대한 올바를 정보제공과 이해를 돕기 위해 간학회가 제정한 것으로,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매년 10월에 국민교육과 홍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긍정적인 생각이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항상 많이 걷고 좋은 생각과 건강한 음식을 통하여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20일 제23회 간의 날에는 ‘침묵의 장기, 간(肝)편하게 지키기’ 주제로 간재단과 간학회가 유관기관과 진행했던 간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 사업에 대한 소개에 이어 간질환 중증질환자들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언이 발표됐다. 또한 유병률이 증가하는 비알코올성 간질환의 또다른 원인인 ‘마른 비만’에 대한 예방과 관리에 대한 발표도 진행됐다.
간학회는 지난해부터 한국간재단, 질병관리청과 함께 바이러스성 간염퇴치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바이러스 간염(B형·C형) 퇴치전략 개발, 바이러스 간염 국가표준진료지침 개발, 디지털 프로그램을 활용한 B형·C형 간염 환자의 치료 순응도 개선효과 및 분석 연구, 만성 C형간염 환자의 진단 당시 진행단계(섬유화 등)별 분포조사 및 질병부담 모형 개발, 국가검진 항목 중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 방안 등 다양하다.
간세포암, 간이식, 간줄기세포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배 이사장은 은평성모병원 대외협력부원장, 소화기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서울에서 열린 ‘2022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 조직위원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조합유전자를 이용한 간섬유화 제어 면역치료 표적 발굴’ 국책과제 등 다수의 연구를 이끌고 있다.
<시리즈 끝>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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