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맨을 꿈꾸는 육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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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되자마자 찍은 <아레나> 화보 기억해요? 은색 가발 쓰고 망치로 대리석 부쉈던 화보. 팬들 사이에선 화제였다고 들었어요.
이번 촬영이 <아레나> 리벤지전 같은 느낌이네요.(웃음) 사실 당시 찍힌 이미지가 되게 콘셉추얼하거든요. 화보니까 가능한 획기적인 연출이었죠. 그 사진들은 지금 봐도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발자취니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추억이죠.
성재 씨 군대에 있을 때 비투비 형들을 인터뷰했었어요. 텐션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형들, 그렇죠. 일할 때는 정말 프로패셔널 하게 텐션 올리고 해요. 사실 은광이 형 몫이 제일 크죠. 저희끼리 있을 때나 이동 중에 은광이 형은 그렇게 텐션 높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일할 때만큼은 열심히 노력해요. 비투비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에너지를 엄청 끌어올리더라고요. 나머지 멤버들도 은광이 형 에너지에 맞춰서 따라가게 돼요.
입대했을 때 멤버 ‘창섭’ 씨와 같은 부대라 반가웠겠어요.
창섭이 형이 거의 말년 병장이었거든요. 창섭이 형은 제대 30일 남겨놓았고. 형이 제가 입대하면 거칠게 굴려야겠다고 생각했대요. 근데 막상 저를 마주했더니 초라하고 주눅 든 모습에다 목소리에 기합도 빡 들어 있어서 불쌍했나 봐요. 그래서 되게 잘 챙겨주셨어요. 고마웠죠.
최근 연기한 <금수저>에서 ‘승천’과의 케미스트리는 어땠나요? 인간 육성재와 잘 맞던가요?
정말 힘들었어요. 거의 6개월을 한 캐릭터에 빠져 살다 보면 제 원래 성격이 따라가게 되잖아요. <금수저> 촬영하는 동안은 쉬는 시간도 없이 거의 승천이로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점차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저는 원래 여유도 가져야 하고 여가 생활도 해야 하거든요. 그럴수록 더 밝고 행복해지는 사람인데, 승천이는 완전 반대의 사람이니까.
감독님과는 어떤 대화를 했어요?
감독님께서 당부하신 게 있어요. 다른 배우들과 또래이기도 하니까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극 중 승천이가 혼자 다니는 인물이고, 그래서인지 저도 자연스럽게 혼자 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후반부 촬영할 때쯤 함께하는 배우분들과 편해졌죠.
어느덧 데뷔 11년 차죠.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겠어요.
그렇죠. 대처라기보다는 임기응변이 되는 거죠. 근데 임기응변이 늘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일을 그냥 무난하게 지나치는 것 같고. 그래서 제 역량으로 잘 넘겨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제대로 데어보고도 싶어요. 더 도전하고 단맛과 쓴맛도 보면서 새롭고 과감한 상황을 경험하고 싶은 거예요.
두려움 없이 시원시원한 성격인가 봐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성격일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두려움은 있어요. 대중의 반응이죠. 두렵다기보단 걱정되죠. 무얼 하든 대중이 좋아해주셔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걱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맞다 생각해요. 혼자 갈등하고 갈망하는 거예요. 하지만 해답을 내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공부하고, 제 성향대로 밀고 나가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장점이 더해지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예전에 이런 말 한 적 있어요.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지금도 변함없어요. 인간 육성재로서는 아직도 되새기는 문장이죠. 아무리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고, 더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받아들이고 사는 거죠. 그래야 머리가 조금 식더라고요. 저는 너무 파고드는 성격이다 보니 불면증을 겪을 때도 있고, 건강이 나빠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 생각을 깊게 하지 않으려 해요.
저도 생각을 깊고 오래 하거든요. 그래서 공감돼요.
좋을 게 없어요. 일할 때는 깊게 오래 고민하는 게 좋지만, 그러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맞냐 틀리냐를 고민할 때 리스크에 집중하니까 겁나서 ‘NO’를 외쳤거든요. 이제는 그냥 ‘GO!’하자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너무 깊은 생각 말고 잘하든 못하든 해보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설한 영상 본 적 있어요? 그가 이렇게 말해요. “Just do!” 그냥 하라는 거죠. 저를 혼내는 느낌이 든 인상적인 영상이에요.
어떻게 연기에 뛰어들 수 있었나요? 예전엔 리스크를 더 고려하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2015년엔 아무것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사실 그때는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과 확신이 컸어요. 하지만 연기 경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스스로 부족함이 많은 사람임을 알았죠. 근데 고민하고 연습해서 직접 장면을 만들어갔을 때 좋은 반응을 얻으니까 희열이 크더라고요. 노래와는 달리요. 저는 작사 작곡을 하지 않아서 곡의 의미를 무대에서 전달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연기는 각본의 서사를 저만의 연기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 정말 섬세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작업이 제 성격과도 잘 맞더라고요. 작사, 작곡가들이 느끼는 창작의 고통을 저는 연기에서 느낀다고 생각해요. 그 고통이 즐겁고요.
꼼꼼히 분석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
생각하고 풀어나가는 게 재밌어요. 준비한 대로 연기하는 것도 기쁘지만, 즉흥적으로 추가하는 애드리브나 상대 배우가 예측 불허한 연기를 보였을 때 그에 대처하는 연기도 재미있어요. 일상에 있을 법한 장면이지만 서로 합이 잘 맞으면 희열이 느껴지고요.
연기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바뀌니까 처음엔 그 점이 고민스럽지 않았나요?
제가 처음 연기했을 때만 해도 아이돌이 연기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어요. 색안경 끼고 바라보시는 분들도 많았죠. 그래서 ‘최대한 무난하게 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그렇게 몇 개의 작품에 뛰어들면서 정말 연기에 대한 욕심이 강해졌죠. 오랫동안 연기하신 선배님들과 마주칠 땐 ‘절대 누가 되지 않게만 연기하자’는 마음이 있었고요. 갈수록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많아졌고, 경험에서 터득하는 게 쌓이면서 스스로 연기력을 믿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 정도는 해도 되겠구나’ 하고요. 특히 최근 들어서요.
어깨너머로 배우며 들은 기억에 남는 조언은요?
선배님들은 늘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시지만 <금수저> 송현욱 감독님께서 촬영 내내 제게 말씀을 아끼셨어요. 너무 궁금했죠. 제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러다 마지막에 다다를 즈음 말씀하셨어요. “너무 잘하고 있다. 믿고 풀어놓으니 네가 더 자연스러워진 게 보였고, 진정 너의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니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질 수 있었어요.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사라졌고요. 그럼에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봤을 때 아직 제 연기가 아쉬운 장면도 많고, 다른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 깊이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데 제게는 그런 게 없는 것 같고요. 많은 작품을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겠죠.
다작이 꿈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사실 ‘다직’이 꿈이에요.(웃음) ‘다양한 직업’을 갖는 게 꿈이죠. 가수의 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변함없어요. 배우의 길도 접어들었죠. 예능도 좋아하지만 크리에이터도 해보고 싶어요. 게임 크리에이터요. 어렸을 때부터 제2의 꿈이었거든요. 시작한다면 깊게 파고들어 전문적으로 임해보고 싶은 일이죠. 지금이야 가볍게 말하지만, 나중에는 정말 진지하게 도전해보고 싶은 직업이에요.
하나에 흥미가 꽂히면 끝까지 파고들어요?
엄청 파고들다 금방 식기도 하는데, 금방 식지 않은 직업이 지금 제가 하는 일이에요. 노래랑 연기.
저는 뭘 하든 재미있어하다가도 빨리 놓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노래와 연기에 대해선 저를 좋아하고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을 믿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책임감이 생겨요.
육성재 씨가 연기하는 영상에 다음과 같은 댓글 많이 달리던데요. ‘완전 미친 사이코패스 연기를 해주세요!’
잘 어울릴 것 같네요.(웃음) 잘 어울리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르니까 만일 기회가 온다면 좋죠. 개인적으로 제일 하고 싶은 건 히어로물이에요.
스파이더맨 잘 어울려요.
근데 제가 그렇게 날쌔지 못해서.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을 좋아하긴 해요. 만일 어떤 능력을 갖고 싶냐 묻는다면 순간 이동이라 답할래요.
왜요?
시간을 잘게 쪼개서 살 수 있으니까. 더 아낄 수 있는 시간이 많겠죠? 사실 소파에서 침대까지도 순간 이동하고 싶어요.
능력 한 가지 더 탑재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택할래요?
안 자도 몸에 지장 없는 능력.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저도 힘든 상황에 부딪히면 빨리 건너뛰고 싶지만 그래도 너무 아까운 순간이 있잖아요.
예전 한 인터뷰에선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생각이 바뀌었어요. 20대의 마무리에 대한 미련은 없거든요. 30대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요. 다만 스물아홉 살이 한 3년은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20대로서 경험하고 싶은 게 아직 많거든요. 비투비 형들이 모두 30대잖아요. 그런데 형들 보면 딱히 더 멋있어지고 변한 게 별로 없어요. 그러면 차라리 나이라도 더 적은 게 낫지 않나 싶은 거죠. 저는 30대 되면 더 진중해지고 남자다워질 줄 알았는데 형들은 한결같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 로망이 줄어들었어요. 제가 2년 뒤 30대가 되어도 멋있어질 것 같진 않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성공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은 포괄적인 것 같고, 할리우드 가고 싶어요. 진짜 마블 히어로 연기하고 싶어요. 한 가지 단점은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거죠. 그 점이 큰 걸림돌이긴 해요. 그래서 시간이 충분하다면 진지하게 유학도 가고 싶어요. 제가 비투비 외국인 ‘프니엘’ 형이랑 11년을 함께 활동했잖아요. 근데 제 영어 실력이 전혀 안 늘었어요. 깔끔하게 1년 외국에서 사는 게 차라리 실력 늘리는 방법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1년 동안 오로지 유학생 육성재로만 살아보고 싶어요. 불가능하겠지만요.
성재 씨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뭔가요?
자존감이 사라지면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것 같고 지금까지도 높은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왔어요.
걱정이나 힘든 순간이 자존감을 갉아먹을 때도 있지 않아요?
어려운 순간이 오면 오기가 생기고 해봐야지 해요. 노력해도 어렵거나 정말 안 된다 싶으면 포기도 빨라요.
포기할 줄 아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안 되네, 다른 거 해보지 뭐, 하고 생각해요. 포기도 좋지만, 포기라기보다는 다른 길로 방향을 트는 거죠. 제 자신을 위해서.
요즘도 낚시해요?
저와 뗄 수 없는 취미죠. 생각 비우고 싶을 때 친구들이랑 가요. 바다, 민물 다 좋아하고요. 밤낚시 하며 그저 찌 바라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오곤 합니다.
Editor : 정소진 | Photography : 김참 | Stylist : 박혜정, 전소현 | Hair : 채연아 | Make-up : 박지원 | Assistant :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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