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민적 트라우마' 우려‥대응법은?
[뉴스투데이] ◀ 앵커 ▶
이번 사고와 관련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선 '국민적 트라우마'까지 우려된다는 성명서도 발표했습니다. 이번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정신건강의학 김지용 전문의와 함께하겠습니다. 사고를 직접 경험한 분들의 충격은 정말 상당할 것 같은데요. 이걸 어느 정도로 분석하고 계십니까?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저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일 수밖에 없고요.
생각을 해보면 저희 중 누구도 살면서 이런 정도의 충격적 현장을 접한 사람은 없잖아요.
이 정도의 외상성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들이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질병을 유발할 수 있게 됩니다.
보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라 하면 교통사고나 낙사와 같은 이런 특별한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생길 수 있는데 그런 사건들도 생각해보면 순간적이잖아요.
그에 반해서 이번 이태원 사건은 몇십 분,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뇌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그 사건에 직접 피해자분들, 그리고 그때 사건을 도우러 참여하셨던 소방관, 경찰관분들 역시 이런 정신 걱정에 대한 앞으로의 염려가 됩니다.
◀ 앵커 ▶
사고가 심리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분석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무래도 많은 곳에서 좀 추측하듯이 코로나 시기에 좀 짓눌렸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가 폭발적으로 분출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렸을 것이다. 그리고 더 활동적으로 됐을 것이라는 건 우리가 추측할 수 있고요. 그런 이런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이 현장에서는 우리 뇌에서 감정과 공포를 반응하는 뇌의 무기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반응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다 같이 집단 패닉에 빠졌을 거고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좀 질서정연하게 행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 앵커 ▶
집단 패닉, 공항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많은 분이 장기적으로 큰 후유증이 남을 것 같습니다.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까 말씀드린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정말 무서운 건 그 당시, 직후에는 괜찮을 수 있어요. 게다가 누군가에게나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다 이게 그냥 이러다 괜찮아지겠지라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3일까지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게 3일을 넘어서도 계속해서 악몽을 꾸거나 그 당시의 상황이 반복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재경험하거나 사람들 많은 곳을 피하거나 이것이 3일 이상 지속되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 한 달이 넘어서도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런 PTSD는 또 1년이 지난 시점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괜찮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관리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앵커 ▶
이런 분들한테는 지원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무래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게 흔한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경시하고 질병인 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리고 사회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꼭 치료를 받으라고 정부 차원 그리고 시민단체 차원에서 더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고요. 그리고 실제로 심리치료가 아무래도 정신건강의학이 문턱이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앵커 ▶
지원 시스템은 어떤 게 있습니까, 공공에서?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그래도 국가 트라우마 센터가 만들어졌고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회복지원인력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재난 회복 지원 프로그램이 실행이 될 겁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사분들이 포함된 심리 지원단이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고요. 사상자가 있는 병원이나 장례식장 그리고 분향소 등에도 상주를 하고 전화로도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내가 이 사건을 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이후에 심리적으로 힘들다 하면 심리지원 핫라인 연락처에 연락을 해보시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요. 1577-0199로 전화를 하시면 구체적인 안내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 앵커 ▶
1577-0199 다시 한번 강조를 해드립니다. 이번에 심리 치료가 필요한 인원이 최대 1만 명이 될 수 있다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많은 분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만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일어났다라는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고요. 또한 요즘에는 SNS로 영상이나 사진, 생생한 장면이 너무 많이 송출되고 지금도 계속 반복돼서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걸 보기만 하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도 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앵커 ▶
이것과 관련해서 정신의학회에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죠.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신경정신의학회에서도 국민에게도 정신적 건강이 우려된다. SNS에 유포하는 건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체를 진단할 때 이런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한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 건 해당되지 않는다고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 이런 영상이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PTSD에 준하는 증상들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그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반복적으로 뉴스나 영상 등을 통해서 보신 분들이 이후로 계속해서 그 장면이 떠오른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실제로 진료실에서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좀 이것들에 대한 어떤 자정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게다가 증상으로부터 회복해서 이제 겨우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분들에게도 이런 영상이나 이미지가 계속해서 유포된다면 그 자체가 좀 회복에 발목을 잡는 일이 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좀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앵커 ▶
영상이나 이미지뿐만 아니라 비난하는 댓글들도 많은 충격을 줄 것 같아요.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이런 정말 압도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나면 많은 분, 피해자분이나 유가족, 지인분들은 굉장히 자책하게 됩니다. 사실 사고가 나고 싶어서 거기에 가신 분들이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 일단 사고를 경험하고 나면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내가 그 당시에 다른 말을 했더라면 혹은 내가 같이 갔더라면. 내가 조금 더 빠르게 그 친구를 구해냈다면 이런 식의 엄청난 자기 비난을 하게 되거든요. 이런 것들이 우울증으로 이어져서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게 하고요. 그런데 주변 사람이 다 같이 격려라도 부족할 판에 이런 인터넷상의 익명의 글은 역시 내가 잘못한 거였다. 이렇게 볼 수 있구나라면서 자기 비난의 마음을 키우게 되기 때문에 꼭 자정의 방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앵커 ▶
마지막으로 주변인들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트라우마 후에 나타나는 반응은 그 사람의 의지나 멘털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압도적인 상황이 벌어난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거든요. 힘든 마음에 공감하고 옆에서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고요. 저희 진료실에서도 이런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을 만나면 그 당시에 대해서 캐묻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힘든 경험이나 감정을 바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분들에게도 굉장히 힘든 일고 좀 옆에서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거든요. 그냥 지금은 안전한 공간이다. 너가 정말 힘들었겠구나 최대한 공감하면서 옆에서 나는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알리는 것. 이것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앵커 ▶
알겠습니다. 정신건강의학 김지용 전문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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