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은행대출 6조 급증...코로나19 초기 후 최대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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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모두 은행으로 달려가면서, 5대 은행에서만 한 달 새 대출이 9조원 가까이 늘었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업 신용(빚)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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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모두 은행으로 달려가면서, 5대 은행에서만 한 달 새 대출이 9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대기업이 약 6조원을 빌려 갔는데, 이는 약 2년 반 전 코로나19 초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당장 막힌 자금흐름을 뚫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의 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기업 대출 자체가 중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7일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703조7천512억원으로 9월 말(694조8990억원)보다 8조8522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2021년 9월(23조9264억원)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5조8592억원(대출잔액 9월말 100조4823억원→106조3415억원)이나 늘어 전체 증가액(8조8522억원)의 66%를 차지했다.
대기업의 이달 증가액(5조8592억원)은 2020년 3월(8조949억원) 이후 2년 7개월만에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은 2조9천930억원(대출잔액 9월말 594조4167억원→597조409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에서 불어난 기업 대출만 67조8633억원으로, 아직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 전체 증가폭(60조2596억원)을 넘어섰다.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앞으로도 당분간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채권시장 자금 경색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결국 은행을 통한 간접 조달(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행과 금융당국까지 나서 은행이 한은에 맡기는 적격담보증권의 대상을 늘려주고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등의 은행 유동성 규제 기준도 낮춰주면서 대출을 독려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쉽게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은행의 기업 대출 급증에 따른 부실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업 신용(빚)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기준 한계기업 수와 차입금의 비중(금융보험업 등 제외한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은 각 14.9%, 14.8%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수준(14.8%, 15.0%)까지 줄었다. 매출 증가와 수익성 회복의 결과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 최악의 경영 여건 시나리오에서 한계기업 수와 차입금 비중은 각 18.6%, 19.5%까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금융협회(IIF)도 최근 보고서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많은 기업이 이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낮은 금리 덕에 많은 기업이 싼값의 대출로 연명해왔으나, 앞으로는 대출 비용(금리)이 오르면서 부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문혜현기자 mo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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