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p차 승리로 돌아온 룰라...브라질 첫 3선 대통령 등극
보우소나루, 트럼프처럼 불복 사태 우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7) 브라질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초접전 끝에 승리, 당선을 확정지었다. 2000년대 브라질을 이끌며 중남미 좌파의 대부(代父)로 불렸던 룰라의 복귀로 인구 2억여명, 국내총생산(GDP·2021년 2천150조원)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브라질 뿐만 아니라 중남미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98.91% 기준 50.83%의 득표율로, 49.17%를 득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따돌리며 당선을 힘겹게 거머쥐었다. 2003∼2010년 연임하며 인구 2억1천만명의 남미 대국을 이끌었던 룰라 당선인은 이날 승리로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다.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최근 3년여 중남미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중도 좌파 정부 수립 물결, 즉 ‘2차 중남미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완성될 전망이다. 사상 최초로 중남미 주요6개국(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에 일제히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지난 2일 8명의 후보가 나선 1차 투표에서 룰라가 48.4%, 보우소나루가 43.2%를 득표해 5.2%포인트 앞섰던 것보다 득표 격차가 크게 줄었다. 그만큼 브라질 사상 최대 이념 대결과 정치 분열 속에서 진보·보수 유권자가 대대적으로 결집하면서 초접전을 펼쳤다는 평가다.
룰라 대통령 당선인은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다. 2003∼2010년 8년 재임 시절 민간 기업과 글로벌 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며 중남미의 거대 좌파 물결을 이끌었다. 1990년대 말 베네수엘라를 필두로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정부도 사회안전망 확대와 빈부격차 개선 등 분배 정책을 도입하면서 기존 우파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화하기도 했다.
정치학계와 언론에서는 당시 중남미 정치 구도를 ‘핑크 타이드’(분홍 물결)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복지와 사회 불평등 해소에만 무게 중심을 두는 전형적인 좌파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인 진보 정책에 두루 신경쓰는 중도 좌파 또는 좌파 성향 정부라는 의미가 담겼다. 다소 편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좌파 상징색인 ‘붉은색’까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후 다시 줄줄이 ‘파란색’ 우파 정권이 득세했던 중남미 주민들이 다시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건 2018년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다.
멕시코에서 쏘아 올린 신호탄 이후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에서도 잇따라 좌파가 정권을 잡았다. 특히 콜롬비아에선 역대 첫 좌파정권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들 정부는 모두 원주민 권리 옹호와 페미니즘 강화, 환경 보호 등을 골자로 한 정책을 펴고 있다.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의 집권으로 주목받는 또 다른 키워드는 ‘중국’이다.
그간 중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통했지만 과거 핑크 타이드를 틈타 이념적인 동질성을 내세우며 중남미로의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은 특히 브라질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중국 양국 관계는 룰라 정부 시절이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회복에 신흥국가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브릭스(BRICs) 등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브릭스는 2000년대 들어서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일컫는다.
브라질에서 지난해 중국 투자액이 8조원(60억 달러)에 달해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전 세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브라질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그 비중은 13.6% 정도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국을 최대 경쟁자로 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에 중남미 국가들과 관계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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