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닦이에서 브라질 첫 3선 대통령으로…남미 좌파의 아이콘 룰라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브라질 사상 첫 3선 대통령을 예약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당선인은 남미 좌파의 아이콘이다. 그의 삶은 숱한 도전과 극복의 연속으로 채워진 한편의 드라마다.
룰라 당선인은 1945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에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족이 브라질 최대 경제도시 상파울루시 근교로 이주하면서 그는 7세 때부터 땅콩 장사와 구두닦이 일을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14세 때부터는 상파울루 인근 상베르나르두두캄푸 지역 금속업체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다가 왼쪽 새끼손가락 일부를 잃었다.
룰라 당선인은 첫 아내를 결혼 2년 만인 1971년 산업재해성 질병으로 잃은 뒤부터 노동조합 활동에 투신했다. 그는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여러 차례 파업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주목받았다. 특히 1980년 상파울루시 인근 3개 지역 노조가 참여한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주도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룰라 당선인은 1980년 초 노동자당(PT)을 창당해 1989년, 1994년, 1998년 세 차례 대선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에서 기업인 출신 조카를 부통령 후보로 영입하는 등 ‘강성 좌파’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절치부심한 끝에 61.3%의 득표율로 당선했다. 2006년에는 재선에도 성공했다.
두 차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2.7%에서 7.5%로 성장했다. 경제 규모는집권 전 세계 14~15위에서 2010년 7위로 도약했다. 재임 중 중산층 인구는 전체의 42%에서 53%로 늘었고, 35%였던 빈곤층 규모는 저소득층 가정에 생계비와 교육비를 지급하는 복지 프로그램 ‘보우사 파밀리아’를 통해 2009년에는 22.6%로 줄었다. 두 번째 임기 종료 직전인 2010년 12월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200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표현처럼 룰라 당선인은 “세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의 퇴임 후 측근들이 비리에 얽히고 그 자신도 뇌물수수·돈세탁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그의 성과는 빛이 바랬다. 2018년 9월 연방대법원 판결로 그해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그의 정치 생명도 끝난 듯했다.
룰라 당선인은 2심 재판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수감 580일 만인 2019년 11월8일 석방됐다. 이어 대법원이 지난해 3월 1·2심 무효 판결을 내놓으면서 기사회생했다.
룰라 당선인은 지난 5월 정치적 동료이자 노동당원인 호잔젤라 다시우바(55)와 결혼했다. ‘잔자’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호잔젤라는 당선인의 세 번째 부인이다. 43년간 함께한 두 번째 아내 마리자 레치샤는 뇌졸중 치료를 받다가 2017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페미니스트이자 사회학자인 호잔젤라는 대선 전 열린 한 행사에서 “남편의 도우미가 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210310758001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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