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 브라질 룰라가 돌아왔다…'좌파 대부'의 화려한 귀환
(상파울루=뉴스1) 최서윤 기자 = "영혼을 바쳐 모두가 하루 삼시 세끼는 먹을 수 있는 나라 만들어보겠습니다. 부조리를 타파하고 이 나라 잘 운영해 보겠습니다. 4년만 하고 내려옵니다. 더는 어차피 못합니다."
30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3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7) 대통령 당선인이 유세 시절 밝힌 각오는 비장했다.
지난 2일 1차 투표에 이은 이날 결선 결과 룰라 당선인은 50.8% 득표, 49.2%에 그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로써 룰라 전 대통령은 2003~2010년 2연임에 이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더불어 2018년 수뢰 혐의 실형 판결로 몰락했던 브라질 좌파도 다시 일으키게 됐다.
다만 이번 초박빙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유권자들은 사실상 양분됐다. 이 같은 사상 최대 양극화 대선 관측을 의식한 듯, 그는 앞서 이날 상파울루 외곽 상베르나르드두캄푸 한 공립초등학교에서 투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선 후 과제로 협치를 다짐했다.
◇민주선거로 배출된 사상 첫 빈민촌 노동자 출신 대통령
브라질의 공화국 역사 113년 만에 민주선거로 배출된 첫 빈민촌 출신 노동자 대통령이었던 그는 수뢰 혐의로 1년 반을 복역한 끝에 혐의를 벗고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국민 모두가 적어도 하루 끼니는 떼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에는 그의 인생이 담겨 있다. 가난한 농부의 9남매 중 여덟째로 때어난 그는 도시로 이주한 뒤 구두닦이 꼬마로 어린시절을 보냈다.
열 살이 돼 글을 깨치고 초등학교를 5년 다닌 뒤 열 네 살 때부터 금속공장에서 노동을 시작했다. 손가락이 네 개뿐인 그의 왼손은 낮에는 공장 노동을, 밤에는 독학을 하며 보낸 그의 치열한 10대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암울했던 군부독재기 지독한 가난과 노동현장 부조리. 20대에 들어 자연스럽게 노동운동에 뛰어든 룰라는 결국 '어용' 노조에 불과하던 철강노조를 독립노조로 이끌면서 유력 노조 지도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노동자와 좌파 지식인을 모아 1980년 노동자당(PT)을 창당,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다.
2002년 10월 룰라가 처음 당선됐을 때 글로벌 시장은 난색을 표했다. 모건 스탠리 같은 '큰손'들이 브라질에서 돈을 빼면서 시장이 흔들렸다. 그러나 룰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맹목적인 이념주의자가 아니었다.
중앙은행 총재에는 역량 있는 보수 인사를 앉히고, 금리를 올려 물가와 환율을 잡았으며, 재정 안정을 위해 긴축 정책을 택했다. 그 결과 취임 5개월 만에 브라질 증시를 다시 30% 상승시키며 '실용좌파'라는 별칭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다.
2003~2010년 두 차례의 재임 기간 때도 그의 최우선 공약은 '기아 제로'. 8년간 그가 빈곤선에서 끌어올린 인구는 무려 4000만 명이고, 브라질 경제는 세계 13위에서 7위로 여섯 계단 상승했다. 60% 조금 넘는 득표율로 집권한 그는 8년 뒤 8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물러났다.
이후 정권은 룰라의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에게로 이어졌다. 그렇게 노동자당 정권은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2011년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3위' 호세프가 2016년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국영은행 돈을 끌어다 쓰고 갚지 않은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로 의회의 탄핵을 당하기 전까진.
호세프 정권 몰락에 이어 룰라는 남미 정치권 거의 전체를 휩쓴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 스캔들'에 휘말려 결국 2018년 수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 당시 룰라에게 실형 판결을 내린 세르지우 모루 전 판사는 단숨에 스타로 등극, 좌파 몰락 이후 2019년 집권한 보우소나루 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 입각, '사법농단'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해 룰라가 당시 받은 재판의 절차적 결함을 이유로 형을 취소했고, 그는 단숨에 대선 유력주자로 부상해 좌파의 부활을 준비해왔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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