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구직자 연봉·회사 위치 등 더 꼼꼼하게 비교…중소기업 인력난 어쩌나?

김현주 2022. 10. 3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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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라는 파이 키워야"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어지고 있는 인력난 고충이 제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심화되는 모양새다. 줄어든 인력 공백을 메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소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업체들도 여전하다.

31일 뉴시스와 국가통계포털(KOSIS)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제조업 직종별 인력 부족률은 '사무·관리직' 0.46%, '기술·연구직' 1.51%, '생산직' 2.88% '판매·마케팅직' 0.57%, '기타' 0.98% 등으로 전 직무 합산 2.07%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생산직의 수치는 유일하게 평균을 웃돌며 전 직무 합산 결과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나 관련 실태를 드러냈다.

이는 임금·복지·근무지 등 여건이 대기업·중견기업에 못 미치는 고질적인 원인 외에도, 근로자를 끌어올 유인책이 없는 탓에 코로나 확산 이후 감소한 인력 복구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일손이 부족한 탓에 '회사 적정 인력의 반도 못 구했다', '회사가 을, 직원이 갑이 됐다'는 하소연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거리가 먼 농어촌 지역 제조 중소업체의 경우,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불법 외국인 근로자임을 알면서도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토로도 나왔다.

경남 소재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제조 현장은 사람이 없어 생산을 못 한다. 인력의 50%도 못 구해 수출도 못 하고 있다"며 "생산은 해야 되는데 인력이 없으니까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쓴다. 농촌은 더 심각해서 90% 이상이 불법 노동자"라고 하소연했다.

충청권의 한 업체 대표도 "인근 회사 대표들이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지방은 생산직뿐만 아니라 사무직 채용하기도 너무 힘들다"며 "지금 당장 기계를 돌려서 납기일을 맞춰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쓰게 된다. 외국인도 없어 지금 대표들이 을이다. 잘해주고 달래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지금 중소기업들은 '갑'이 직원이다. 요즘 뭐라고 하면 장갑 벗고 집에 간다고 한다. 그 만큼 힘들다"며 "직원들과도 얘기하지만 우리나라 기초 산업이 우리 세대 때 무너질 거 같다고 직원들과도 얘기한다. 명맥을 이어가려고 해도 사람을 못 구하니까"라고 전했다.

이탈자 속출, 인건비 상승, 원화 유출 등 부작용이 뒤따르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법 해외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대기업 채용과의 연계, 정년 퇴직자 연결, 중소기업 채용 인센티브 제공 등 방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업체 대표는 "중견기업 이상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중소기업에서 5년 이상 버틴 지원자에게는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대기업 등에 지방 인재 몇 %를 뽑으라는 식으로 정부에서 큰 그림을 그려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정년퇴직 한 분들을 정부 기관에서 보조·교육해 산업 인력 구조가 취약한 데를 양성화시켜줬으면 좋겠다"며 "업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수요·공급이 맞을 경우)그런 분들이 최소 10년 정도는 더 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구의 한 중소 제조기업 대표는 "중소기업 쪽으로도 인력을 돌릴 수 있도록 근로자와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 방법을 찾아주면 좋겠다"며 "단순히 '누구를 얼마 이상 채용하면 돈을 지원하겠다'는 개념을 떠나 정말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합법 외국인 근로자 입국 규모 확대와 함께 단계별 최저시급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나라에서 합법적인 외국인들이 들어오도록 규제를 빨리 안 푸니까 불법 외국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며 "합법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라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 전했다.

또 다른 대표는 "아무리 단순 노무라도 몇 년을 일한 경력자와 방금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똑같다"며 "업무 교육하려면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는데, 그 비용을 사업주가 부담한다. 소기업들이 살 수 있게끔 인력 양성 투자 비용은 빼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산업현장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내년 고용허가제(E-9 비자)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11만명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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