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쏙:속]축제가 참사로…토요일 밤 이태원 참사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17)
1. "사람이 깔렸어요" 토요일 밤 핼러윈 참사
이태원역 1번출구서 세계음식거리로 통하는 좁은 골목, 토요일 밤 주요 클럽으로 연결되는 폭 3.2미터의 오르막은 사람으로 가득차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급기야 사람들이 밀고 밀리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내려가 내려가"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급기야 밤 10시 15분쯤 골목에 사람이 깔렸다는 첫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2분만인 10시 17분, 119 구급대가 출발했지만 인파와 차량에 막혀 현장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람이 깔렸단 신고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소방당국은 첫 신고접수 30분 만에 용산구 관내 전 대원이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첫 신고 1시간만인 11시 13분에는 대응 2단계로 서울시내 전 구급대원에게 출동이 떨어졌고, 자정이 가까운 시각 소방당국은 최고 수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했습니다.
현장은 아비규환, 먼저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과 시민들까지 합세해 깔린 사람들을 꺼내고, 여기저기서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는 거리는 그야말로 거대한 응급실로 변했습니다. 경기와 인천, 충청과 강원에서도 구급차가 급파됐고 이때쯤 약 50여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집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42대의 구급차들은 쉴새없이 환자들을 병원으로 실어 날랐고 일부 사망자는 원효로 실내체육관으로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현장이 수습되고 120여명이라는 대략적인 사상자 규모가 나온 건 일요일 새벽 3시가 다 된 시각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사망자는 계속 불어나 현재까지는 154명이 숨진 걸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자 접수를 시작한건 새벽 4시 반쯤, 사고 신고로부터 6시간 뒤에서야 가능했습니다.
2. 좁은 오르막길, 수천명 인파…왜?
사고 현장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부터 세계음식거리로 이어지는 좁은 오르막길로, 폭이 최소 3.2미터, 길이 40미터의 경사진 골목길입니다. 위쪽으로는 인기가 많은 클럽과 라운지 바 일곱 곳 이상이 모여있고 아래로는 지하철역 출구가 있어 오가는 인파가 마주하는 곳입니다. 압사 사망자 대다수가 희생된 위치는 넓이 5.5평 남짓의 좁은 공간으로 비탈길에서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힘이 인파에 의해 가중되며 엄청난 압력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3년 만에 마스크 없이 열린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참사 당일 지하철역 이용객 수로 따졌을 때 13만 명에 달합니다. 핼러윈 축제는 이태원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주최 측이 불분명해 안전관리가 미흡하고 사고가 났을 때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까지 사고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린 상황에서 사람들이 연달아 넘어지며 압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마약, 가스 누출, 화재 등 여러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돌아 경찰이 사고 원인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CCTV와 SNS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르막길 위쪽에서 클럽 사설 가드를 포함해 누군가 인파를 밀었다는 증언, 떠밀리고 넘어지는 상황에서 '뒤로 뒤로'라고 소리친 말을 '밀어 밀어'라고 들었다는 증언 등이 나와 구체적인 사고 당시 상황 파악이 필요해 보입니다.
3. 희생자 상당수는 2030, 여성
이태원 참사로 숨진 154명 가운데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30대가 30명, 10대가 11명, 40대가 8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핼러윈에 친숙해질 기획 많았던 연령층이 주된 피해자가 된 셈입니다.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 영어 유치원이나 키즈 카페, 캠핑장 등에서는 어린이와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핼러윈 파티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층에도 화려한 의상을 입고 술을 마시며 밤새 떠들석하게 즐기는 핼러윈 문화가 확산됐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에 할로윈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게시물이 235만 건에 달하는 등 소셜미디어가 핼러윈 문화 확산의 매개체가 됐습니다. 기업 마케팅도 핼러윈 확산에 한몫을 했습니다. 특히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이 모여 외국 같은 핼러윈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다 3년 만에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가 열리면서 젊은 세대가 전례 없이 많이 몰려 피해를 키운 것으로 풀이됩니다.
30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탓에 사망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일도 쉽지 않았는데요. 경찰과 소방당국은 서울과 경기도 병원 수십여 곳 영안실에 시신을 배치했습니다. 신원이 확인되면 유족에게 인계하고 장례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과정이 오래 걸린 데다 검안서도 주지 않아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사망자의 경우 내국인보다 추가 확인 절차를 걸쳐야 해 오래 걸린 것으로 전해졌는데, 현재까지 전체 사망자 가운데 1명을 제외한 153명의 신원이 모두 파악됐습니다.
4. 용산구 특별재난구역 선포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다음 달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국가애도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하게 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회재난으로는 11번째로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사망자 유족에는 위로금과 장례비, 부상자에는 치료비 등의 지원이 이뤄집니다. 사망자에 대해서는 장례지원팀을 가동하고, 부상자 가족 등에 대한 심리 치료를 위해 '이태원 사고 심리지원팀'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햔편 유럽 출장 도중 어제 급히 귀국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족별로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장례 절차 진행에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오늘부터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 했으며, 국가 애도기간인 다음 달 5일까지 운영합니다.
5. "세월호 사고 이후 최대피해" 외신들도 긴급타전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우리나라의 이태원 참사소식을 긴급속보로 알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아시아에선 지난 1일 인도네시아의 한 축구장에서 최소 130명이 숨진 사건 이후, 한 달 사이 두 차례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로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됐기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AP통신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공공 안전기준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주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정치적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민간인 보다 많이 보인 것과 대조된다고 꼬집었습니다.
각국 정상들은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면서 부상자들이 조속히 쾌유하길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연대의 뜻을 표명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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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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