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4시]시진핑의 독재는 독배다

여론독자부 2022. 10.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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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하교 국제대학원 교수
習, 3연임으로 장기집권 길 열며
집단지도체제 계파 균형 와르르
현장 인물·전문가 중시한다지만
후계자 안 보여···유효성 한시적
[서울경제]

새로 선보인 중국의 최고지도부 7인이 포함된 정치국원 24명의 면면은 세계를 경악케 하기에 충분했다. 3연임인 시진핑 당 총서기의 장기 집권 독재의 길이 열렸다고 야단법석이다. 집단지도체제로 출신 계파의 균형이 중요했는데 이것이 깨져버렸다. 또한 시 총서기를 이을 뚜렷한 후계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이를 희화화하는 ‘외로운 군주와 여섯 난쟁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부정적 측면이다. 3연임제에 대한 얘기는 이번이 아니라 2017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논리가 당분간 위기관리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대변환의 시기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극심한 압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칩4·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중국 배제 움직임이 있다. 이번에도 후계자의 윤곽을 흐려놓았다. 시 총서기가 장기 독재의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40년 이상 걸어온 개혁·개방의 추가 되돌려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다. 실제로 이번 인선에서는 경제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의 선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에는 주룽지나 왕치산 등 걸출한 인물들이 포함됐다. 유일하게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만이 포함됐다. 경제활동이 위축돼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의 회복을 어렵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생큐, 시 총서기!’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발전 경로가 이탈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긍정적 측면도 읽힌다. 철저히 계급 정년을 지킨 세대 순환의 중시다. 계급정년제를 깨는 것은 중국의 전체 조직을 와해시킬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이나 세계 최대 경제 강국인 미국 등 초거대국은 원칙이 무너지는 일을 가장 두려워 한다. 외교안보 지속 논리로 자신(1953년생)과 외교 담당 왕이(1953년생), 군사위 부주석 장유샤(1950년생) 3인을 예외로 했다. 계급 연한(선임 기준 68세 미만)이 조정됐을 개연성은 있다. 제도 자체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5년 후 또다시 현직에 남아 있을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장 인물과 전문가를 중시하는 것이 주목된다. 이들이 실시간으로 최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반수에 해당하는 무려 12명이 지방정부 지도자다. 과거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등 4개 특별시와 광둥성 등 5~6개 지방정부 지도자를 포함시키는 관행을 벗어났다. 이들은 지방장관이지만 나름대로 전공을 갖고 있다. 9명이 박사 학위 소지자다. 의학·광학·공학·법학·행정학·경제학 등 전공도 다양하다. 이는 장관급 인사들인 중앙위원과 후보위원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균형 잡힌 인선과 인재가 중시되고 있다.

또 하나가 왕후닝이라는 정책·전략가를 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이든 악이든, 중국 자체의 국가 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현장에서 집행하는 것을 체질화하고 있다. 독자적 발전 개념을 만들어내고 이를 지속해간다. 선례에 목마른 우리에게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발전 국가에는 독재가 경쟁력 강화라는 한 가지 목적함수를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지론이다. 구소련의 스탈린식 경제정책이 한 세대는 유효했었다. 과학·기술자에게 극도의 우대 조치를 부여해 일시나마 세계를 선도했다. 중국도 미국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구비하자는 대중 동원이 가능하다. 경쟁을 통한 우대도 체질화돼 있다. 향후 10년을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다. 계급정년제에 따라 도도히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세대들의 압박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가 최대의 과제다. 시 총서기가 차기에는 국가주석이라는 명예직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독재로 간다면 독배를 드는 것이다. 강대국이든 괴물이든 변화될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전략 카드 발굴이 쉽지 않겠다는 점이 고민스럽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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